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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어색한 공기가 느껴졌다. 그야 여긴 찬드라의 집이고, 난 손님이니까. 그래도 몸이 가벼운 걸 보니 푹 잔 모양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TV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찬드라가 오늘 나의 계획을 물어봤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일단 대충 씻고, 아침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동네 분위기는 참 시골스러웠다. 도심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 조용했다. 아담한 집 사이사이로 높이 솟은 나무가 있어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찬드라의 친구를 만나 함께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근처에 간판이 있는 식당은 없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로컬 식당이었다. 약간 길거리 음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을 리 없으니, 난 그저 추천 받은 인도네시아 음식을 도전해 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름은 기억 안 난다. 면에 가깝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면요리는 아니고, 그렇다고 쌀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밥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갔다. 살짝 느끼하면서도, 친숙하지 않은 맛이 났다. 향이 강하진 않았지만 걸쭉한 우유에 무언가를 섞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계속 먹었다. 처음에는 억지로 먹은 게 사실이었지만, 계속 먹다보니 나름 맛이 괜찮았다. 결국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고백하건데 절대 맛없는 음식은 아니었다.

아침을 먹고 찬드라는 결혼식을 가면서 나를 시내까지 태워줬다. 메단은 정말 눈에 띄는 곳이 없었지만 그저 처음 보는 거리라 즐거움이 솟구쳤다. 찬드라와는 점심에 보기로 약속하고, 나는 그랜드 모스크라 불리는 메스지드 라야(Mesjid Raya)로 향했다. 사실상 이제부터 메단 여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모스크를 자주 안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멀리서 봐도 굉장히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론리 플래닛에서는 메단의 3~4개의 관광지 중의 하나로 아주 짧게 소개하고 있는데 직감적으로 그랜드 모스크가 메단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무슬림인에게는 큰 예배당으로만 보이겠지만 말이다.

입구 앞에서 어떤 아저씨가 날 불러 세운다. 방명록 같은 곳에 이름과 국적을 적으라고 한다. 다 적으니 반바지 때문인지 사룽을 입혀줬다. 사룽을 입어서 그런지 아니면 입장료인지는 몰라도 1만 루피아를 내라고 해서 순순히 드렸다. 뭔가 딱딱해 보이던 아저씨였다.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으로 보이는데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사진 찍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모스크 안으로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했다. 입구 앞에서 신발을 지키고 있던 한 남자는 내 신발을 집고는 한쪽 구석에 놓았다. 나중에 모스크를 나갈 때 신발 보관료 명목으로 약간의 기부를 요구하는데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5천 루피아를 냈다. 사실 아주 뻔뻔하게 웃으면서 “네가 원하는 액수만큼만 내면 돼.”라고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가 접근해 온다. 보통 이런 곳에서는 ‘친구’라고 부르며 접근하는, 항상 보이는 그런 아저씨다. 난 인사만 했는데 내 옆에 와서는 이게 코란이고, 이 움푹 패인 방향이 메카를 바라보는 곳이라는 말을 주저리주저리 한다. 이럴 때는 딱 잘라 말해야 한다. 가이드를 해주는 건 좋은데 내가 돈을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면 백이면 백 ‘그렇다’고 말한다. 당연히 난 가이드를 원치 않았다.


모스크는 밖에서 보는 것만큼 크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예배당이 전부였고, 나머지 구역은 내가 돌아다닐 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까 가이드 아저씨가 말해줘서 알았지만, 메카를 바라보고 있는 곳이다. 무슬림인은 이 방향을 바라보고 기도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시계는 이슬람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네덜란드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다는 그랜드 모스크는 모로코와 터키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확실히 뭔가 여러 가지 요소가 섞인 것 같다.


천장을 쳐다보면 돔형태의 지붕으로부터 길게 늘어선 샹들리에가 눈에 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비단 여행자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미 한 바퀴 돌아봤지만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라 다시 천천히 돌아봤다. 바깥에는 뾰족한 탑이 보이고, 예배당 주변을 뛰어다니는 장난꾸러기 아이들도 만났다.


그리고 신성할 법한 예배당에서 숙면을 취하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 이슬람의 이미지가 매우 딱딱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누워있는 이 분들의 모습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예배당을 빠져나와 모스크 앞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침 지나가던 서양 여행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정말 대충 찍어줬다. 사진 속의 모스크는 다 잘려 나갔다. 정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말을 해야 했다.


결국 한참 뒤에 들어온 인도네시아 커플에게 다시 사진을 부탁했다. 아까 그 친구보다 훨씬 잘 찍어줬다.


입구에서 그 깐깐해 보이던 아저씨는 모스크 바닥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난 그랜드 모스크 메스지드 라야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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