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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가 무서워?"

엘레나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박쥐동굴 가자고 해서 내가 머뭇거리자 내가 박쥐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발끈하며 절대 안 무섭다고 가자고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페낭힐로 향했다. 전날 택시 기사와 엄청난 실랑이를 겪은 탓에 택시만 봐도 거부감이 들었지만 페낭을 버스 타고 돌아다니기에는 각 관광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다른 곳처럼 관광지가 옹기종기 모여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페낭힐 근처에 박쥐사원Bat's cave temple이 있었는데 페낭힐로 가는 길목 구석에 있었다. 택시 아저씨는 우리가 다른 곳에 계속 이동할 고객이라고 생각했는지 다 보고 나오면 내 택시타지 않겠냐고 했다. 우리는 고맙지만 괜찮다고 했다. 


박쥐사원이라는 말에 찾아간 곳은 들어가 보니 그냥 평범한 사원이었다. 정말 작은 공간에 많은 향을 피워놓고 있었고, 그곳에 몰려든 사람들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과연 박쥐가 있는 곳인지 주변을 살펴 보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우리는 여기가 박쥐사원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박쥐에 궁금해하자 우리를 뒷쪽 공간으로 안내해주었다. 


아저씨가 안내해 준 곳은 작은 동굴같은 공간으로 정말로 박쥐가 있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아주 작은 사원과 작은 동굴에 박쥐가 있었고, 이곳은 말 그대로 박쥐들이 서식하는 사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거대한 동굴을 탐험하는 상상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무척 시시했다. 

친절했던 아저씨에게 근처에 있는 극락사에 대해 물어보니 밖으로 나와 손가락으로 방향까지 가리키며 극락사가 어디있는지 가르쳐주었다. 박쥐사원에서는 극락사의 모습이 보이지않지만 걸어가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우리는 박쥐사원을 떠나 극락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당히 더운 날씨라 머리가 띵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