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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와는 3번이나 만났다. 몬테네그로 어느 호스텔에서 처음 만나고, 알바니아에서는 히치하이킹을 하며 며칠 간 같이 여행을 했고, 그리고 완전히 다른 대륙에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또 다시 만나 맥주잔을 기울였다. 이리스는 나에게 세상이 정말 좁다는 걸 증명해줬다.


그녀는 네덜란드인이다. 여행을 하면서 네덜란드 사람을 무수히 많이 만났으니 특별할 것도 별로 없는데 이리스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여행하는데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나보다 한참 어린데 여행에 있어서는 월등히 경험이 많고, 능력도 대단하다. 나는 겨우 영어만 하는데 이리스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유창하게 한다. 이리스와 함께 여행할 때 독일 사람들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그들과 쏼라쏼라 말하는 걸 보며 무척 신기해 했다. 내가 만난 네덜란드 여행자들이 대부분 영어는 기본이었으나 이리스만큼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여행 방법이 매우 독특했다. 지금까지 4년 넘게 여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말 고집스럽게 히치하이킹으로만 이동하고 있다. 나 역시 히치하이킹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고 자부하지만 이리스를 따라갈 수는 없다. 도로에서 차를 히치하이킹하는 것은 기본이고 배를 히치하이킹 한 적도 있고, 경비행기도 타봤다고 나에게 자랑할 정도였으니.


사실 히치하이킹을 하면 힘든 점이 굉장히 많다. 혼자서 몇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야 하니 평소보다 더더욱 외롭기 마련이고, 히치하이킹을 하지 못하면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 이리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혼자 산 속에서 텐트를 치고 잔 적이 많다고 하고, 그리스를 여행할 때는 섬으로 가고 싶은데 배가 없어 일주일간 기다렸다고 한다. 나 같으면 진작 포기했을 거다. 정말 대단하다.


“나는 프로페셔널 히치하이커야!” 이리스는 늘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같이 여행했던 건 알바니아뿐이다. 원래는 나는 국경을 넘어 마케도니아로 갈 생각이었는데 이리스가 "함께 하지 않을래?"라고 툭 던진 말에 5일간 같이 다니게 되었다. 이런 특이한 여행자와 함께 여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호기심이 작용했던 것 같다.


유명한 곳이 아니라 알바니아 남쪽의 작은 마을을 따라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행했는데 그야말로 개고생이었다.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어 우리는 자주 걸어야 했다.


버스를 히치하이킹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알바니아 내에서도 참 생소한 지역을 여행했다.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데 약간 고집스러운 면이 있는 이리스는 숙소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어디든 잘 수 있는데 문제는 그때 내가 텐트가 없어 적당한 잠자리가 없으면 곤란했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어디든 비를 피할 곳이면 노숙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다 운이 좋게도 현지인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모스크로 데려다 주었고, 난생 처음 모스크에서 잠을 잤다. 여자의 출입이 까다로운 다른 이슬람 국가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알바니아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물론 이리스는 처음부터 반지를 보여주며 남편이 있다고 얘기하는 치밀함이 있었다.


산길을 따라 걷다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다.


워낙 시골 마을이라 히치하이킹이 쉽지 않을 때는 땅바닥에 앉아 기다렸다. 1시간, 2시간 기다리며 노래를 듣고, 사진도 찍었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우리 목적지 부근까지 태워줬다. 말은 거의 안 통했지만 이 아저씨는 내 손에 돈을 쥐어줬다. 처음 만난 여행자에게 베푸는 호의가 너무 감사했다.


우리는 구불구불 이어진 알바니아 산골짜기를 빠져나와 나름 관광지였던 지로카스트라(Gjirokastër)와 사란다(Sarandë)를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했다. 그리고는 우리 둘 다 그리스로 이동하긴 했지만 나는 그리스 중심부로 이동 후 마케도니아로 향했지만, 이리스는 그리스 서쪽의 섬을 여행하기 시작해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우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다른 대륙에서 만나니 더 반갑고 신이 났다. 그녀는 여전히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하고 있어 대화를 나눌수록 나에게 자극이 되어 며칠 뒤 나도 히치하이킹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젠가 한국에 온다면 (유투브 동영상을 보여주니)김밥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이리스는 지금도 여행과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확인하니 콜롬비아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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