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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업소이고 우리나라 배낭여행자가 많이 가는 곳이기 때문에 까발릴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 캄보디아에서 겪은 안 좋은 추억중 하나이기에 이야기를 펼쳐 놓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캄보디아에 도착해서 앙코르왓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는지조차 몰라 우선 가까운 곳에 있었던 한인 게스트하우스 '글로벌 게스트하우스'를 무작정 찾아갔다.


한인게스트하우스였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비를 맞으며 찾아간 게스트하우스는 식당을 겸업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곳에 앉아 사장님처럼 보였던 아저씨와 대화도 할 수 있었다. 물 한잔 주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다. 요즘은 개념없는 여행객들이 많아서 속상하다는 이야기에 우리도 맞장구 쳤다. 

그랬다. 처음에는 그저 그분의 말씀이 다 옳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만들기는 했지만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발음이 꼬인 말투로 보아 아침부터 약주 몇 잔 하신듯 했다.

우리는 앙코르왓을 가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하니 여기서 밴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밴은 하루에 35달러라고 했는데 사람이 많으면 이익이라고는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좀 비싸다고 느껴지는 가격이었다. 그때가 11시 정도였는데 혹시 오후만 돌아보는 것도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하면 반 값에도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앙코르왓을 처음 둘러보는 것이고, 비도 오고 있으니 밴을 빌려서 이동하면 편할거라는 생각에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사람도 많아서 큰돈이 아니었던 것도 컸다.  


여기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에게 인심쓰시는 분을 보니 안심이 되기도 해서 약간 가격이 비싸 보여도 밥을 먹었던 것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 그 아저씨는 전화로 예약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아무리 크메르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정말 단어 몇 개만  나열하는 그런 수준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밴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 아저씨는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우리는 밴을 예약했다고 여자 매니저에게 얘기를 하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밴을 예약했다. 그제서야 밴을 부른 것이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아까 그 아저씨 술을 마신 것  같은 말투도 그랬고, 허풍이 굉장히 심했던 모습까지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쨌든 우리는 밴을 빌려 반나절 동안 앙코르톰과 그 주변을 둘러보고, 저녁이 될 때쯤 다시 글로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사 아저씨는 내일도 밴을 타고 둘러볼거냐고 하길래 나는 아직은 생각 없다고 했다. 밴을 빌리기는 했지만 밴을 타고 이동한 것은 별로 없었고, 여유롭게 돌아보지 못한 것 같아서 반값이었지만 그 17.5달러마저도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돌아와서 17.5달러를 주려고 하니 운전사는 받지 않으면서 20달러라고 했다. 뭐라고? 캄보디아에서의 첫날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또 어이가 없어졌다. 우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반나절이 17.5달러는 맞는데 3일내내 밴을 이용했을 때만 17.5달러이고, 너희는 딱 하루만 이용했으니 20달러를 내라는 것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어 웃기만 했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가 밴을 빌렸을까. 또 열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매니저에게 항의를 했는데 매니저는 자신이 이런 사실을 미리 얘기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정말 되지도 않는 영어로 욕이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화를 내야할 사람은 우리인데 매니저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20달러 내놔~ 니네들이 그렇게 밴을 빌렸잖아!" 라고 말을 했다. 정말 캄보디아에 온 이후로 계속 싸우고 있었다.

너무 화가나서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그랬더니 매니저는 난 한국말 모른다며 무시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매니저가 했던 다음 말이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너희한테 1~2달러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냥 주고 끝내자고!"

고작해야 1~2달러인 작은 돈을 가지고 왜 이러냐는 식이었는데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실제로 우리에게 1~2달러는 큰 돈이었고, 만약 별거였다고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한다는게 너무 싫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줄 1달러는 없다고 화를 냈다.

결국 글로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통화도 가능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18달러주고 끝내라는 식이었다. 한인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사장님을 볼 수도 없었으며, 우리가 매니저와 밴 운전사와 싸우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변해주기는 커녕 어쩔수 없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글로벌 게스트하우스의 악명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렇게 30분동안 싸우고 나서 화가 난 상태로 돌아가는데 하얀색 밴이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다. 마치 비키지않으면 당장 받아버리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정말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한인업소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한국인이 여행하면서 쉽게 믿고 가는 곳이 바로 한인업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한인업소가 친절하고 믿음직스럽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한인업소를 믿고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오전에 봤던 그 아저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