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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을 본격적으로 둘러 보기 전에 어느 외국인팀을 만났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념이라며 이름 모를 외국인들과 함께 앙코르왓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헤어질 때는 서로 재밌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거대한 규모의 석조 건축물인 앙코르왓은 규모도 규모였지만 하나 하나 의미를 파악하면 끝없는 스토리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우리가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자로 여길 왔다면 앙코르왓을 후다닥 대충 관람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배낭여행으로 왔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선 앙코르왓 앞에서 어떻게 관람하는 것이 좋을지 책을 들여다보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일이었다. 앙코르왓을 들어가지도 않고 밖에서 각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책을 들여다보면서 10분도 넘도록 앙코르왓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앙코르왓을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지겨울 정도로 꼼꼼하게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런 것 조차도 재밌다고 느꼈다.


과거로 들어가는 문이었던 앙코르왓으로 한발짝 다가섰다.


앙코르왓 입구에 있었던 총탄의 흔적, 내전의 흔적으로 알고 있다. 앙코르왓은 3층으로 이루어진 재단이다. 1층은 미물계, 2층은 인간계, 3층은 천상계를 뜻하는데 실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1층으로 동서남북 벽에 부조가 있었다. 이 부조는 거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우리는 책을 들고 전부 살펴봤다.


보면 볼 수록 놀라웠던 앙코르왓 1층의 부조를 몇 십분 동안 봤다.


전쟁을 표현한 부조였는데 누워있는 병사를 창으로 찌르는 모습도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사람의 표정까지 살아있는 부조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책을 보며 이야기를 살펴보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는데 왕의 이야기, 전쟁이야기,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 등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책을 총동원해서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살펴봤다.


지옥을 표현한 부조라고 하는데 너무도 세밀한 묘사를 하고 있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과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봤냐면 앙코르왓 1층만 거의 3시간동안 돌아봤던 것 같다. 그만큼 책을 보면서 꼼꼼하게 부조의 내용을 이해해야만 다음 회랑으로 넘어갔던 것이다. 하나 하나 보면서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재미가 쏠쏠했다.


너무 많은 부조를 보다 지치면 내부에서 앉아 쉬기도 했다. 한 바퀴 돌기가 무척 힘들었다. 동서남북으로 부조만 8개가 존재하고 있어서 반절을 보고나니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가 지칠 때쯤 나타난 한국인들이 보였다. 패키지 여행팀이었는지 가이드가 있었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책들에 나와있지 않은 내용도 설명해 주길래 옆에 살짝 붙어서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단 5분만에 다음 회랑으로 넘어갔다. 우리가 20분 동안 보고 있었던 부조였는데 이들은 단 5분만에 가이드의 재미있는 설명만 들으며 지나간 것이다.


앙코르왓 내부는 상당히 자유스러웠다. 아무 곳이나 밖과 연결되어 있어 쉽게 나갈 수도 있었다. 정말 유적 그 자체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앙코르왓을 보는 올바른 자세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