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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쁘라쌋 끄라반이었다. 어떤 목적지가 있어서 이곳으로 왔다기 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돌다보니 이 근처에 있는 유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쁘라쌋 끄라반이었던 것이다. 발음하기 참 어려운 곳이었다.


앙코르 유적의 규모가 엄청나기도 하고, 사실 일반인에게는 아무리 거대하고 멋진 유적이라고 해도 3일동안 보고 있으면 그냥 전부 돌덩어리일 뿐이었다. 이틀까지는 책을 보면서 역사까지 함께 살펴보며 실제로 보라는 부조까지 다 봤다.


그런데 3일째 되니 조금 흥미가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아무래도 주변 유적들은 중심에 있었던 앙코르톰과 앙코르왓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았고, 외곽 지역에 하나씩 있기 때문에 관심 있지 않으면 전부 살펴보기는 힘들었다. 아직도 앙코르 유적은 외곽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을 정도니 이 모든 것을 3일 만에 다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유적 하나 보기 위해 그 먼거리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우린 자전거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튼 쁘라쌋 끄라반은 독특하게도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책을 살펴보니 오직 벽돌로만 짜맞추어져 있는 힌두교 신전이라고 한다.


힌두교 신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곳곳에 비슈누 신 등이 벽돌에 새겨져 있다. 역시 사람들이 잘 오는 곳은 아닌듯 관람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어느 가족이 사진 찍는 모습이 보였는데, 내가 다가서서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며 물어보니 캄보디아 사람이었다. 프놈펜에서 왔다고 하는데 인상은 무척 좋아보였다.


비가 살짝 내리는 중이기도 하고,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어서 대강 봤다. 아마 돌덩이와 조각들은 지겹도록 본 탓인 것 같다.

이 유적지가 외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앞에는 몇 개의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엽서나 티셔츠를 파는 곳으로 우리가 들어갈 때 그리고 나올 때 아이들이 달려 들기 시작했다. 여태까지는 아이들이 달라붙으면 귀찮기도 하고, 너무 많은 아이들이 달려와서 도저히 사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배낭여행에서 우리의 원칙은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 지갑 속에 있던 캄보디아 화폐(리엘)를 꺼내 아이들과 흥정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에는 1달러나 2달러로 정확히 떨어지는 돈을 사용했기 때문에 슈퍼에서 물건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리엘이 상당히 걸리적 거렸던 것이다.

4000 리엘이 약 1달러였는데 2500리엘정도 있었던 것 같다. 절대로 1달러가 아니면 안된다는 아이들과 흥정을 한 끝에 2500이었나 3000리엘에 엽서를 샀다. 아이들을 상대로 쬐금 미안한 감도 있지만 나름 웃으면서 흥정을 하며 구입했다. 엽서의 상태는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는데 어차피 엽서가 주 목적은 아니었다.

원래는 쓸모없는 리엘을 처리하고 싶어서 샀지만 마땅히 집에 가지고 가도 서랍 속에서 잠들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이 엽서를 가지고 헤어지기 전에 롤링페이퍼를 작성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끼리 캄보디아 엽서를 가질 수도 있고, 각자의 추억을 소유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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