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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닌디에서 농장 생활을 한지 일주일도 안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세인트조지에서 같이 내려왔던 정용이형과 아내분은 물론이고, 나와 함께 농장 생활을 시작했던 혁철이도 결국 떠났다. 그 외에도 로빈베일에서부터 알게 되었던 형과 누나들도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났다.나 역시 떠날 시기를 조율하던 도중 필리핀에서 같이 공부했던 승이가 호주 학원이 끝나는 시점에 골드코스트로 향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디에서도 새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동행자가 있으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골드코스트로 가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물론 승이도 나를 많이 따르던 동생이라 마음만 잘 먹으면 같이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메닌디에서의 농장 생활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항상 8시쯤부터 일을 시작해서 1시나 12시에 끝나는 것은 반복되었고, 역시나 크게 돈이 되지 않았다. 포도도 얼마 없을 뿐더러 거의 쓰레기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포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포도의 관리가 너무 안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할 정도로 한쪽면만 익어서 피킹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주말이 되었고 우리는 브로큰힐로 장을 보러 갔다. 컨츄렉터 제이가 데려다 주었는데 이 곳을 지날 때 차가 퍼졌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쇼핑센터에 가서 장을 봤다. 그렇게 무료한 하루 하루가 지나갔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 일 깨작깨작 1시까지 하고 돌아와 냄새가 나는 물로 샤워를 한 후에 방에 들어가 그냥 계속 쉬었다. 아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였을거다. 그 때 알고 지낸 사람은 정말 몇 명 없었고 밥을 같이 먹었던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4명이었다.


그나마 이 때는 요리를 어느정도 해서인지 없는 재료가지고 이것 저것 만들어 먹기도 했다.


팜 스테이 시설은 정말 좋지 않았다. 무슨 창고같은 곳에 우리를 가둬 놓은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가끔 방안에 있다가 답답해서 밖으로 나가면 뜨거운 태양이 저녁 8시까지 떠있었고, 파리떼와 개미의 공격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떠나기 전에 도로 한 가운데서 촬영을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동영상을 만들 소스를 계속 찍고 있었으니 할 일이 없던 나로써는 현석이를 끌고 나갔다. 좀 민망하기도 해서 동영상을 조금만 찍고 너무 더워 다시 돌아왔다.


날도 엄청나게 더웠지만 역시나 너무 한가한 그런 곳이었다.


도로 한 가운데 서다.


뭔 짓이지? 사실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좋은데 내가 찍히는 것이니 좀 많이 쪽팔리다.


이 곳 농장도 확실히 규모는 꽤 큰 편이었지만 내가 볼 때는 포도를 피킹하는 것보다 버리는게 훨씬 많아 보였다. 그만큼 좋지 않았다. 그리고 컨츄렉터에 의해 관리되다 보니 임금도 짜고, 뭔가 체계가 없었다. 원래 정식적으로 일을 하면 최저임금제는 보장해줘야 하고, 각종 서류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 곳을 관두고 나올 때 내가 요구한 페이먼트 서머리를 받지도 못했다.


늘 느끼던 것이었지만 메닌디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파리가 아무렇지도 않나 보다.


파리가 어느정도로 심했냐면 이렇게 걷는 도중에는 항상 달라 붙는다. 파리들아 제발 코와 입에는 들어가지 좀 말자!


포도의 한 종류인 레드글러브이다. 사실 이게 굉장히 맛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좀 싱겁다. 확실히 크림슨이 좀 맛있었다. 갑자기 세인트조지에서 레드글러브를 따지도 않고 내려왔던 일이 떠올랐다. 어쩌면 세인트조지에 계속 가만히 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라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호주에서는 항상 그렇다.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디를 선택하냐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그건 워킹홀리데이라는 특수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돈은 없고 인맥도 없는 나로써는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도 약간의 돈은 있었으니 다시 시작할 수는 있다는게 나로써는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항상 이 곳에 와서 쉬었는데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메닌디에서 떠나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 메닌디에서 떠나는 방법은 몇 가지 없었다. 일주일에 딱 한번 있는 기차를 타고 시드니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래~ 결심했어! 갑자기 시드니로 간다는 생각에 뭔가 설레였다.

메닌디에 도착한지 약 2주가 되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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