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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를 향해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백팩에서 짐을 찾은 뒤 시드니 센트럴로 향했다. 시드니 센트럴의 2층에는 기차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아래쪽에는 호주의 대표적인 버스회사인 그레이 하운드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지난 저녁에 직접 와서 버스를 예매했었기 때문에 골드코스트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시드니 - 브리즈번행 버스가 내 앞에 섰고, 나는 올라타기 전에 물 한병을 샀다. 호주에서는 워낙 땅이 넓기 때문에 버스가 그리 인기가 높지 않다. 가격이 그렇게 싼 편도 아니고, 중간 중간 마을을 들리기 때문에 빠른 편도 아니었다. 간혹 비행기가 버스보다 싼 경우도 있다. 시간이 남아돌거나 아니면 비행기를 미리 예매하지 못했을 경우 혹은 작은 마을을 가기 위해서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버스는 시드니에서 출발해서 브리즈번까지 가는데 나는 브리즈번을 가기 전인 골드코스트에서 내리게 되었다. 버스를 타기 전만 하더라도 골드코스트가 도시의 이름인줄 알았는데 그 지역 일대를 가리켜 골드코스트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스에 올라탈 때도 짐의 무게 한도가 있긴 했지만 그리 크게 신경쓰는듯 보이지 않았다. 내 캐리어의 무게도 20Kg은 넘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았다. 그레이 하운드 버스는 2층버스처럼 높아서 굉장히 크다고 느껴지는데 실제로 버스에 올라타니 생각보다 좁아서 불편했다. 특히 의자 위쪽의 짐칸이 너무 좁아서 가방 올려놓기도 힘들었고, 의자와 의자 사이가 너무 좁아서 편하지 않았다. 동남아에서 탔던 버스들은 한결같이 넓고 좋았는데 오히려 훨씬 비싼 호주의 버스는 겉모습에 비해 딱히 좋지는 않았다.

서양 사람들을 가득 실은채로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를 타면 좋은 점이라고 해야할까? 자연스럽게 옆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이 날 내 옆에 앉았던 사람은 호주 아저씨로 말이 워낙 빨라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내가 배낭여행을 갔다온 이야기와 사진을 보여주니 재밌다면서 무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시드니를 빠져나왔다. 내 옆에 앉았던 아저씨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갑자기 맥주 한 병을 꺼내더니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맥주를 권하길래 조금씩 마셨다. 술을 엄청 좋아하시는듯 보였다. 나랑 같이 버스에 올라탄 순간부터 맥주를 4병은 넘게 마셨던걸로 기억한다.

사실 이 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갑자기 나의 캠코더로 찍었던 영상들이 떠올랐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뷰식으로 응원메세지를 담고 있었는데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의 메세지를 담아보고 싶었다.

"저기... 혹시 부탁하나 해도 될까요? 제가 캠코더로 메세지를 담고 있는데 저한테 응원의 메세지를 남겨주세요."

나의 요청에 아주 선뜻 알겠다고 하더니 촬영을 해보란다. 버스 의자 위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도 약간 신기했다. 아무래도 의자 옆자리에서 촬영하다보니 캠코더를 최대한 뒤로 당기고 해야 했다.



나보고 꼭 놀러오라고 했던 호주인 아저씨, 사실 술에 취한 듯 보여서 믿음은 안 가긴 했지만 메세지에도 꼭 전화달라는 말을 했다. 아저씨와 아들에 관련된 이야기라든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미 주변은 어두워졌고 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가장 발달된 시드니쪽의 도로라서 그런지 불빛은 끊이지 않았다. 내륙쪽이었으면 칠흙같은 어둠에 캥거루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도로였을 거다.

저녁 때가 넘어 잠시 휴게소와 비슷한 곳에서 쉬었고, 나는 이 곳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사먹었다. 이렇게 콜라만 많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해지기 마련이다.

졸다 정신을 차리니 내 옆의 아저씨는 목적지인 콥스하버에서 내렸다. 시드니에서 떠난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골드코스트까지는 한참이나 남은 상태였고, 나는 졸려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드니에서 출발하고 10시간이 지났다. 따사로운 햇살에 눈이 부시면서도 계속 졸았다. 가끔씩 변하는 풍경에 혹시 내가 내려야 하는 '서퍼스 파라다이스'를 지나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목적지를 살펴보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는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를 틀어주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거의 끝날 때쯤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 시간이 40분정도 남았던거 같았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새하얀 물결이 일어나는 바다를 보고 골드코스트에 다 왔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골드코스트의 쿨랑가타쪽이었는데 바다를 보니 무척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내 목적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까지는 한참을 더 갔다. 골드코스트가 상당히 넓은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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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가 넘어서 목적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도착했다. 높은 빌딩이 보이고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었지만 대도시였던 시드니와 브리즈번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필리핀에서 같이 학원을 다녔던 승이가 마중을 나왔는데 무척 반가워하며 나와의 재회를 기뻐했다. 다시 또 새로운 시작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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