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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공항까지 가던 열차

골드코스트에는 한 2주정도 지내게 되었는데 여기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승이의 군대 후임이었던 상민이가 호주로 입국해서 우리가 브리즈번 공항으로 가서 데리러 갔다. 그렇게 일행이 한 명 늘어나고, 다시 농장으로 갈 채비를 슬슬 하고 있었다. 나는 호주에서 만났던 군대 선임 현석이를 불렀고, 현석이도 골드코스트로 올라온다고 얘기를 했다.


우리는 농장으로 갈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다. 호주 농장생활에 있어서 가장 필수인 차를 구입하는쪽으로 가닥을 잡고 며칠간 차를 알아보는데 열중했다. 호주에서는 중고차 거래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운만 좋다면 좋은 차를 아주 싸게 구입할 수가 있었다.

한국인에게도 전화도 해보고, 영문 사이트도 검색해보면서 차를 알아봤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돈때문이었다. 우리가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은 고작해야 2000달러정도 였다. 그 중에서 내가 1000달러를 냈으니 뭐 사정은 다들 그리 좋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차를 보기도 하고, 일본인에게도 차를 보기도 했는데 항상 가격협상에 무산되기 일쑤였다.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던 어느 날 중고차 시장을 둘러보는 도중 2000달러 가격대의 중고차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 눈에 들어왔던건 가장 쌌던 1900달러 정도의 포드 팔콘 웨건형이었다. 우리는 차를 등록하기 위한 6개월의 레지와 RWC를 포함해서 2000달러에 협상을 끝냈다.

다음 날 다시 와보니 마침 차는 정비공장을 다녀왔고 우리는 한번 시운행을 해보기로 했다. 당시 운전면허는 상민이밖에 없어서 상민이가 운전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기어가 운전자의 왼편(호주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에 있기 마련인데 이 차는 핸들의 바로 밑에 기어가 있었다. 그것 빼고는 차량 내부가 조금 더럽다는 문제도 있었다.


시운전을 해본 뒤 차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서 바로 계약을 했다. 남은 돈을 전부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제  완전 빈털털이가 되었다. 마치 호주에 처음 왔을 때처럼 막막해진 상태였다. 빨리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을 정도였다.


운전면허가 있던 상민이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우리는 차를 가질 수 있었다. 중고차 매매업자는 우리 차 앞 유리에 임시로 하얀 종이에 씌여진 등록증을 테이프로 붙여줬다. 원래는 정식적인 차량 등록증인 레지를 앞 유리에 붙이는것이 원칙이었지만 임시로 이걸 붙였던 것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브리즈번으로 향하기로 했는데 내 운전면허증이 브리즈번에 도착했을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은 약 1시간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차도 구입했겠다 기분 좋게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140까지 무난히 나가는 것을 보고 10년이 넘은 모델이었지만 생각보다 잘 나간다는 생각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항상 내륙쪽 도로를 보다가 한국과 똑같은 잘닦인 고속도로를 달리니 신기하기도 했다.

한 중간쯤 왔을까? 차에 기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주유소는 몇 번 지나간 뒤였다. 우리가 달리고 있던 곳은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옆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면 그 곳으로 나가 주유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나가는 길이 나오자마자 좌회전을 했는데 그 때 우리는 곧바로 경찰관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기에 후~ 불고 난 후 가려고 했는데 경찰관 아저씨는 우리의 임시로 붙여놓은 레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차에서 내리라고 했고, 이리 저리 연락을 취해보더니 이 차는 등록이 안 된 차라는 말을 했다. 나는 되지도 않는 영어를 쓰면서 이거 오늘 차를 구입했고, 중고차매매업소에서 일처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지만 나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 투였다.

호주 경찰관에게 붙잡히다니 이건 또 무슨 꼴이람? 분명 잘 못한 것이 없는데도 갑자기 잘 못될까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서류가 있냐고 물어 방금 계약했던 서류를 보여주자 이건 등록증이 아니라며 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중고차시장에 전화를 했다.

"저희 아까 차를 구입했던 사람인데요... 저희 지금 경찰에게 잡혔어요. ㅠ_ㅠ"

경찰에게 잡혔다는 이야기와 함께 경찰에게 대신 말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한 번의 통화가 끝나고 여전히 경찰 아저씨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모습에 더욱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조금 뒤에 중고차매매 업자에게 전화가 와서 다시 경찰 아저씨에게 바꿔줬다. 그러자 이번에는 뭔가 해결했나 보다.

통화가 끝나고 경찰 아저씨에게 들어보니 중고차 매매업자가 경찰쪽으로 관련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고 한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경찰 아저씨는 우리에게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그리고 다시 경찰과 마주쳐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었다. 진짜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경찰 아저씨 우리 보고 가도 좋다는 말과 함께 무의식적인지는 몰라도 또 봐요(See you)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구요. ㅠ_ㅠ"

반갑지 않았던 경찰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주유소 찾기를 15분 겨우 겨우 주유소를 찾을 수 있었다. 40불의 기름을 넣고 브리즈번으로 향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브리즈번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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