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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더가 완전히 고장이 났다. 내가 가지고 있던 소니 캠코더는 필리핀에서부터 계속 카메라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호주에 와서 고장이 난 것이다. 호주에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사진이야 안 찍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앞으로 남은 여정이 태국이나 홍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카메라 없는 여행은 있을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혼자하는 여행인데 카메라까지 없다면 얼마나 심심하겠는가.

인터넷을 알아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캠코더 고치는 것은 포기하라는 말부터 차라리 한국으로 보내는게 나을거라는 정보뿐이었다. 설마 나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일까? 인터넷으로 며칠 뒤져봐도 답이 안 나오고 비싸다는 이야기뿐이어서 직접 찾아다녔다.

우선 센트럴의 소니 판매점에 가서 캠코더가 고장났는데 고칠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대행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리센터에 찾아가야 한다면서 나에게 주소를 하나 적어줬다. 장소는 사우스멜번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에 버크 스트리트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찾아가서 주소를 보여주며 물어봤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는 트램도 다니지 않는 곳이라며 전화번호부처럼 두꺼운 멜번지도를 펼치면서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곳이라며 알려준 뒤 지도를 한장 복사해줬다.

대충 아무거나 그 방향으로 가는 트램을 탄 뒤 적당한 곳에 내려서 수리센터를 찾아다녔다. 30분이 넘게 걸으니 거의 주소에 적힌 곳을 찾아왔는데 숫자를 살펴보니 완전 반대였다. 그 때 어떤 아저씨가 보이길래 주소를 보여주며 물어봤더니 반대쪽이라며 갑자기 차에 올라타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태워다준다면서 말이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얼른 올라탔다. 아저씨는 나에게 몇 번이냐고 물어본 뒤 정확하게 수리센터 앞에까지 태워다 주었다.

수리센터는 SONY라는 글자도 아주 작게 보일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내 캠코더를 맡기니 수리는 가능할거라고 다행히 3일만 지나면 수리가 완료될거라는 아주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만 싱가폴에서부터 부품이 오기 때문에 가격은 150달러라고 했다. 나는 너무 비싸다며 싼 방법은 없냐고 했는데 컴퓨터를 좀 두드리더니 120불까지는 가능할거라고 했다. 더이상의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120불에 고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3일 뒤에는 다시 나의 캠코더를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정상적인 캠코더를 받아들고는 사진을 찍어봤다. 큰 돈을 들여서 고치기는 했지만 잘 작동하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멀리 멜번의 도심이 보인다.


이제 트램을 타고 다시 멜번으로 돌아가면 된다. 트램이 도시 한 가운데서만 다니는게 아니라 이렇게 멀리까지 이동하는게 참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이보다도 더 먼 Zone3도 트램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철로 위에서 달리는 트램은 그냥 열차같은데 도심으로 들어가면 차와 같이 달리니 무지 신기하기만 하다.


시티센터까지 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갑자기 사우스뱅크쪽에서 내렸다. 그냥 걸어서 이동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멜번의 젖줄이라 불리는 야라강이 흐르는 곳에 멜번 사람들의 휴식처가 형성되어있었다. 밤에 찾아와도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곳으로 춥지만 않았다면 자주 왔을지도 모른다.


호주는 대부분 해안 근처에 도시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비둘기보다 갈매기를 더 쉽게 볼 수 있다.


얘네들은 표적은 어린 아이들의 손에 들려있는 먹을 것이었다. 가끔 아이들과 갈매기들이 먹을 것을 놓고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높은 빌딩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시드니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우뚝 솟아오른 건물은 멜번의 크라운 카지노이다. 카지노뿐만 아니라 근처에 식당가도 많아서 사람들이 이 근처에 많이 몰려 있었다.


멜번의 사우스뱅크에서 사진만 찍어댔다.


역광때문에 사진이 어둡고 노이즈가 생겨버렸다. 이 큰 빌딩은 뭘까? 멜번을 떠나는 날까지도 알지 못했다. 멜번에서는 고층빌딩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가보지는 않아서 어딘지조차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걸어서 시티센터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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