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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있는 동안에는 우기 시즌이어서 비가 자주 오곤 했다. 우기 시즌이어서 비가 자주 오는 것은 맞는데 꼭 내가 밖에서 돌아다닐 때 비가 내렸던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것도 적당한 비가 아니라 완전한 폭우로 도로에 물이 가득찰 정도였다. 30분을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그냥 비를 맞고 다녔는데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처럼 쫄딱 젖은 적이 3일 연속해서 일어났다.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쨋든 비를 맞고 돌아와서는 씻고 안에서 좀 쉬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듯 밖은 멀쩡했다.

깐짜나부리 투어에서 알게 된 은희누나와 영국이를 그 이후에도 계속 만나게 되었다. 서로 심심하니까 같이 놀 사람이 생겼다면서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의 경우는 이틀 뒤에 홍콩으로 떠나게 되었고, 이 두 사람은 손발이 맞았는지 아래쪽 바닷가로 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던 것이다. 나 역시 따라가고는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제서야 내 오랜 여정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고, 이제 막 떠나는 사람들을 만나니 무진장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도 지금부터 여행이 시작되었다면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한국을 떠나온 것은 1년정도 되었지만 이런 자유로운 여행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라면 하는 꿈같은 상상만 했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색다른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카오산로드에서는 이미 알려질데로 알려진 태국식 죽을 먹기로 했던 것이다. 노점 죽집은 카오산로드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골목길에 노점에 많이 늘어서 있다. 죽의 가격은 내 기억 상으로 계란을 넣으면 30밧, 넣지 않으면 25밧이었던 것 같다.


처음보는 태국식 죽은 한국의 죽과 살짝 비슷하기도 했지만 계란을 풀어서 놨다는 것과, 고기 완자가 들어간 점, 그리고 파나 생강을 넣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틀렸다. 처음에 채를 썰어놨던 것이 생강인줄 모르고 막 집어넣었다가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맛은 상당히 좋았다. 부드러운 죽의 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완자가 잘 어우러져서 딱 입 맛이 없을 때 좋아보였다. 다만 한 끼 식사로는 살짝 모자란 감이 있긴 했다.


우리는 죽을 먹고 난 후 바로 옆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후식을 먹기로 했다. 가격들이 우리가 먹었던 죽의 2배 이상이었다. 이거 나도 된장남인건가?


주문했던 커피와 아이스크림이 나왔고 모처럼 비싼 후식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여기는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틀어줬으니 밤에도 후덥지근한 태국의 밤에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어김 없이 우리는 카오산로드를 배회했다. 유난히 많아진 한국인들 틈에서 어느 한 사람이 우리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워낙 짧게 만났던 사람이라 기억은 전혀 안 나지만 이 사람과 잠시 뭉쳐서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태국에서는 밤에 맥주가 빠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