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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공항으로 오는 주기가 더 짧아지는듯 했다. '얼마나 내가 자주 해외를 나가겠어?' 라는 물음과 만들게 되었던 10년짜리 여권이 이렇게 자주 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1월 말에 미얀마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돌아왔을 때 아마 당분간 비행기를 탈 일이 없을거라 여겼다. 근데 다시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남아공으로 그것도 월드컵을 응원하러 말이다!


좀 일찍 도착하니 아직은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코카콜라 붉은 원정대는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먼저 도착했던 악랄가츠레인맨님 그리고 잠시 뒤에 도착한 배낭돌이님과 1시간동안 수다를 떨다가 예정된 시각이 되자 내려갔다.


코카콜라 붉은 원정대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곧바로 간단한 신상파악과 동시에 남아공에서 입을 붉은 티셔츠 2장을 비롯해서 바람막이 그리고 간식까지 받았다. 한꺼번에 꽤 많은 물품을 받아서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코카콜라에서 보내드리는 거니까 콜라는 마음껏 먹게 해드리겠습니다!'는 말이 사실인듯 출발하기도 전에 콜라를 나눠줬다. 갈증이 나서 그런지 시원한 콜라를 벌컥 벌컥 마셔버렸다.


출발하기 전에 받은 물품이 꽤 많았다. 붉은 티셔츠를 입으니 이미 마음은 남아공으로 간 듯 설레기 시작했다. 내 평생에 월드컵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이건 정말 꿈일거라 생각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블로거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이번 여행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울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에서 뽑힌 10명의 인원은 별도로 다음 티셔츠도 받게 되었다. 평상시에 가장 많이 보였던 티셔츠와 똑같았지만 뒤에는 특이하게 QR코드가 있었다.


이 티셔츠를 받자마자 우리는 인증샷을 찍었고, 그걸 곧바로 트위터에 올렸다. 누가 블로거 아니랄까봐 각자 가지고 있었던 아이폰, 갤럭시A의 범프 어플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교환했다.


출발하기 전에 사진 촬영이 있었는데 아무리 기업의 후원으로 월드컵을 가기는 했지만 대규모 인원이 응원을 하러 떠났던 만큼 여러 언론들이 촬영을 하러 나왔다.


촬영이 끝나자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캐세이퍼시픽을 자주 이용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또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마일리지는 단 1점도 없었다.

여태까지 최장 시간 비행은 시드니에서 홍콩을 갔을 때 9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기록을 깨버렸는데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는 13시간이 걸렸다. 인천에서 홍콩을 가는 시간과 홍콩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무려 18시간이나 소요되는 대장정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돈은 한푼도 들지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딱 5만원만 환전해서 290랜드를 받았다. 대부분 돈에 인물이 그려져 있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남아공의 지폐는 동물이 있었다.


나에게는 인천공항이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비행기에 탑승해서는 꽤나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단체로 여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자리를 옮기고, 짐을 내렸다가 다시 올리기도 하고, 의자를 젖히고는 앉아 있는 사람도 많았다. 나도 비행기를 처음 탈 때 뭐든지 신기하기도 했고 안전수칙을 잘 모르긴 했지만 그래도 비행기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 제발 좀 일어서지는 말자.


비행기가 이륙한 뒤 상당히 심한 흔들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태까지 비행기를 타면서 이렇게 심한 흔들림은 처음이었는데 거의 놀이기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선택한 기내식은 돼지고기였다. 평소에는 잘 마시지도 않았던 와인 한 잔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그냥 무난했다. 후식으로 나온 팀탐이 오히려 더 반가울 정도였다. 호주에서 간식거리로 많이 먹었던 팀탐은 여전히 달달한 그 맛이었다.

약 3시간 비행 끝에 홍콩에 도착했다.


홍콩은 나에게 인천공항보다 더 친숙한 곳이었다. 이미 인천공항보다 더 많이 가봤던 곳으로 이제는 신기할 것도 별로 없었다. 홍콩 공항에 오자마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 다니며 월드컵 경기 스코어를 확인했다.


공항에는 베트남 응원단도 있었는데 이들도 코카콜라의 후원으로 월드컵을 보러 가는듯 했다. 베트남이 월드컵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다른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와 짤막한 인사를 나눴는데 서로 미소로 화답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우리는 다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고, 13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날씨가 상당히 쌀쌀하다는 것이었다. 난 그 때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입국 심사를 마친 뒤에 배낭을 찾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캐리어를 들고 올 때 나를 비롯한 소수의 인원만 배낭을 들고 왔기 때문에 우리들이 조금 이색적인 모습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캐리어가 훨씬 불편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배낭을 더 좋아한다.


인원 체크를 마친 뒤에는 공항 밖으로 빠져나갔다. 흑인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여기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무언가 실감은 나지 않았다.

우리는 공항 밖으로 나가기 전에 또 한차례 대기했는데 꽤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는 보통 날씨가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남아공은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로 우리나라와는 계절이 반대였다. 그러니까 6월의 남아공은 겨울이었는데 우리나라의 늦가을이나 초겨울처럼 매우 추웠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 코카콜라 붉은 원정대는 18시간의 이동으로 피곤에 쩔어 있었던 상태였지만 다들 월드컵 개최지에 도착했다는 기대감과 설레임에 표정은 무척 밝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