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야니 어디로 가볼까?"
"글쎄... 우선 가까운 냥우 시장이나 구경 가볼까?"

나의 제안에 비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비키도 나와 비슷한 배낭여행자라는 것을 인식시키려는 것인지 자신은 걷는 것이 훨씬 좋다면서 앞으로도 걸어서 움직이자는 이야기를 했다. 


냥우 시장은 매우 가까웠다. 아직 바간의 풍경이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시골이라고 부르기엔 주변에 있던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는 위대한 유적지들을 볼 때 그냥 과거로 돌아갔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다고 느껴졌다. 


약간은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곤 했지만 이 색달랐던 풍경 때문이었는지 나와 비키는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다. 


전형적인 시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이런 시장 구경을 항상 빼놓지 않았는데 냥우의 시장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던 그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달려든 아주머니 2명이 비키에게 막무가내로 옷을 갖다대며 아주 잘맞는다고 했다. 외국인을 보자마자 그들의 의상이나 전통 의상이었던 롱지를 팔고자 했던 것이다. 정말 너무도 갑작스러운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이 곳은 바간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들리는 곳일 것이다. 그러니까 원래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외국인이 자주 오다보니 너도 나도 기념품을 구입해달라는 사람들이 달라 붙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을 마냥 지켜볼 수는 없어서 비키와 함께 힘들게 빠져나갔다. 물건을 사달라는 그들의 요구가 사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모든 사람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키도 옷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외국인이었던 우리를 향해 모든 사람이 달려드니 이거 참 무섭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 들여야 할까? 


냥우시장을 조용히 구경이나 하려고 했었는데 계속되는 구입 권유에 진절이 나기는 했다. 물론 우리 둘다 짜증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조용히 권유만 하거나 아니면 펼쳐 놓으면 우리가 알아서 볼텐데 너무나 질기도록 달라붙었다. 그만큼 그들의 생활은 필사적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간과 관련된 도서를 판매하는 아주머니도 참 열심히 이야기를 하셨다. 원래는 10달러가 넘는 책인데 5달러에 주겠다고 하신다. 게다가 영어로 적혀있다고 필요하면 포장된 비닐을 벗겨서 보여주겠다고 하자 나는 손사레를 치며, 어차피 나는 영어를 못해서 못 읽는다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농담이긴 했지만 영어로 말하면서 영어를 못 읽는다는 소리를 했으니 나 자신도 무척 웃겼다. 


냥우 시장은 정말 그들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태까지 나는 타나카가 미얀마의 전통 화장품인 것만 알았지 그게 정확히 어떤 곳에서 추출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내 앞에 보였던 여자는 나에게 타나카라고 친절히 알려준 것이다. 이 나무나 타나카였던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을 때 이 여자는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돌판에 물을 살짝 뿌린 뒤에 타나카 나무를 슥삭슥삭 갈면 노란빛 추출물이 나오는데 이걸 얼굴에 바르는 것이었다. 

커다란 타나카 나무를 나에게 보여주면서 하나 구입하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이걸 들고다닐 자신도 없을 뿐더러 사실 나에게는 그리 필요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미얀마의 화장품격인 타나카는 이 나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직접 보게 되었다는 그 자체로 만족했다. 


우리가 타나카를 구경하고 있을 때 미얀마의 청소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보였다. 우리를 위해 직접 사진의 포즈까지 취해주기도 했다. 역시 이 아이들도 타나카를 바른 상태였다. 


비키는 기념품을 사기로 결심을 했는지 여러 상점을 돌아다녔다. 그 상점에서 물건을 보고 있을 때면 다른 상점의 여자가 자신의 가게에서 들고온 물품을 들고 와서 이것도 좀 보라고 내밀었다. 사실 물품들은 거의다 비슷했지만 비키는 무척이나 깐깐했다. 나보다도 훨씬 심할 정도였는데 평소 배낭여행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비키가 생각한 것은 찻잔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그릇과 비슷한 받침대였는데 코끼리 모양인지 혹은 어떤 색깔인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그리고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면 구입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7달러를 불렀는데 우리 둘다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결국 비키는 여러 상점을 둘러본 후에 4달러짜리 기념품을 구입했고, 이걸 친구에게 선물해 줄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면 여러 친구에게 사줘야 하니 더 많이 구입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비키는 웃으면서 내 친한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거절했다. 


냥우 시장에서 기념품 구입 권유는 바간 여행에 있어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바간은 광활한 대지 위에 엄청나게 많은 유적지가 있었던 도시였으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