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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를 여행을 하다보면 그 나라에 꼭 1명씩은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미얀마에는 아웅산 장군, 베트남에는 호치민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누가 있을까? 

어쨌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한다면 바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일 것이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정부를 수립하고 국제적으로는 백인 정부와 협상을 이뤄낸 성과로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아마 남아공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일 것이다. 

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소웨토에 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생가를 전시관의 형태로 바꿔 놓은 것인데 역시나 관광지답게 좌판을 깔아 놓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나를 바라보는 한 흑인은 "어이~ 친구 여기 있는 것들 좀 구경하지 그래?" 라고 물어봤지만 나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이었다. 


겉보기에는 그래도 그럴듯한 전시관처럼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 아저씨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생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줬다. 


좁은 통로를 지나 집의 앞마당에 해당하는 곳에 이런 허름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무려 26년동안 감옥에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출소 후에 자신이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선거에서 승리를 함으로써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재조사를 하고, 당시의 가해자가 용서를 구한다면 그 죄를 사면해줌으로써 화해의 역사를 만든 인물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잠시나마 살았다고 하는 생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작았다. 사람이 조금만 들어가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비좁았던 것이다. 


나는 벽면에 있었던 쓰레기통 뚜껑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헥터 피터슨 박물관에서 이런 쓰레기통으로 시위하는 사람들이 방패로 막았던 것을 보았던게 떠올랐던 것이다. 잠시 후에 내 예상대로 이 쓰레기통 뚜껑이 방패막이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넬슨 만델라의 생가는 위대한 인물의 집안을 둘러본다는 것 외에는 크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웨토에서 헥터 피터슨 박물관과 더불어 넬슨 만델라의 생가는 필수적으로 둘러보는 일종의 관광지였던 셈이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성인 외국인의 경우 무려 60랜드였다. 대략 60랜드면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정도 하는데 내가 배낭여행자로 왔다면 이 곳은 가격을 보고 들어가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넬슨 만델라의 생가를 나와 다시금 엄청난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사실 소웨토가 빈민가라고 하길래 나는 더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지만 거리는 깨끗했고, 건물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아마도 남아공 월드컵 때문에 이 곳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소웨토의 모습은 추웠던 날씨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가끔씩 있을 뿐 마을의 분위기가 무척 썰렁해 보였다. 저 멀리 보이던 오래된 화력 발전소는 지금 번지점프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쩐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소웨토를 빠져나올 때 영화 '디스트릭트 9'의 배경장소라고 하던 그 곳을 다시 한 번 지나칠 수 있었다. 헥터 피터슨, 넬슨 만델라같은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을 보고 나왔는데 정말 아이러니하게 아직도 이런 상태였다. 내가 갔었던 그 어떤 나라보다도 인종 차별이 심하고, 빈부격차가 심해 보였던 나라였다. 


멀리서는 잘 정리된 것처럼 보였던 소웨토가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글 올린지 12시간만에 베스트에 올라간 적은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