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가끔씩 여행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중에 반 정도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꼭 들어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여행을 할 때 영어를 못해도 상관없지만 영어를 할 줄 안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만 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걸까? 그런데 더 신기한건 이미 기본적인 영어 실력은 다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아주 약간의 영어 실력으로도 여행이 더욱 즐거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호주에서 아침을 먹으러 맥도날드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태국에서는 밤마다 영국, 미국, 호주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도록 술을 마시기도 했다. 미얀마 여행을 했을 때는 아예 며칠 동안 외국 친구들과 여행을 같이 다니기도 했다. 


특히 나는 미얀마 여행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코스타리카, 미국, 스위스, 프랑스 등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고, 덕분에 여행이 너무 즐거웠다. 나와 함께 3일간 같이 여행을 했던 독일 친구는 나에게 “생각해보니 이거 너무 재미있는 조합인데? 2명은 유럽인, 1명은 남미인, 1명은 아시아인이잖아!” 라고 말하면서 즐거워했다. 

물론 내가 혼자 여행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도 작용을 하기는 했지만 만약 영어를 하지 못했다면 외국인들과 어울려 지내는 또 다른 의미의 여행에 대한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해외 여행을 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과 잊혀진 영어를 약간의 시간을 들여서 기억을 되살리는 일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즐거운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어가 어렵다는 편견은 조금 내려놓고 말이다. 


So Cool, So Easy 여행 영어책에 나오는 어휘나 문장이 사실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 사용하는 영어들이 어려운 영어는 아니라 바로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사용한다. 이 정도의 상황 별 영어만 익힌다면 큰 문제가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대부분 여행 영어책이라고 하면 문장만 나열된 경우가 무척 많은데 이 책은 상황 별로 분류가 되어있고, 그리고 맨 아래에 있는 Tip이 실질적으로 여행에 도움이 되는 경우들이었다. 영어뿐만 아니라 여행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여행 영어를 말하다 보니 이전에 버스에서 만난 미국인이 생각난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미국인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였는데 내가 이런 질문을 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여행을 하면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해?”
“음… 한국은 분명 교통 시스템도 굉장히 잘 되어있고, 요금도 적당한 편이지. 근데…”

말끝을 흐리길래 내가 “English?”라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영어 안내판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큰 것 같다고 했다. 말을 할 수 있는데도 혹은 잘 못하더라도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거야 한국 사람들에게는 영어 배우기가 너무 힘들거든. 예를 들면 주어와 동사의 위치 같은 어순이 틀리잖아.” 라고 반박을 하니 미국 친구는 나에게 손가락을 저으면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이미 그 정도의 영어 실력은 다 갖추고 있는데 말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매우 어색해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나도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인정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영어는 어려운 문법을 사용해야 가능한 것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언어적 소통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여행에서도 그 나라와 만남, 사람과 만남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이다. 그런 재미있는 일을 영어가 도와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는 현지 언어도 역시 여행에 있어서 재미있는 요소이다. 어쨋든 언어는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재미있는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고 두려움을 가지지 말고 즐겁게 여행에 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