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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나와 비키는 서둘러 가방을 싸고 잉와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할 채비를 했다. 친절하고 나쁘지 않았던 린사루파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1~2달러를 더 내고 조금 더 깔끔한 곳으로 가자는 비키의 제안에 나도 수락해 버린 이상 이 곳에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방을 다 싼 뒤에 지하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했다. 미얀마 게스트하우스의 독특한 점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서양식으로 빵, 토스트, 바나나, 계란후라이, 커피 등이 제공되었다. 5달러짜리 방이었는데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도 무척 좋았고, 배낭여행자에게는 아침밥 값은 굳었다는 생각에 꼭 챙겨먹었다. 

비키와 나는 가방을 들고 잉와 게스트하우스로 이동을 했고, 프론트 직원에게 다녀와서 체크인을 하겠다고 했다. 비키는 2층의 발코니 있었던 7달러짜리 방에 들어갔고, 나는 6달러짜리 1층 방에 들어갔다. 우리는 방에다 가방을 놓자마자 얼른 택시를 타고 뽀빠산으로 향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탈리안 커플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다고 웃음을 지었다. 딱딱해 보이는 인상에 비해 생각보다 굉장히 착한 성격을 가진 커플들이었다. 


비키는 앞자리에 앉았고, 나와 이탈리안 커플은 뒷좌석에 앉았는데 사실 3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나는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뒷좌석에 있었던 봉 위에 앉았다. 이 차량은 택시라고 했지만 전혀 택시라고 볼 수 없었던 빨간색 지프차였다. 하긴 양곤을 제외하고는 택시라는 글자를 본 적이 없었던거 같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태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개방된 형태의 차량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동시에 뜨거운 태양에 살을 태워야 했다. 택시는 빠르게 냥우를 빠져 나간 뒤에 좁은 도로를 열심히 달렸다. 이 도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포장은 되어 있었던 편이었다. 

약 1시간 정도 달리니 어느 공터에서 멈춰섰다. 여기서 잠시 쉬어간다고 했는데 내 바로 앞에 재미있는 풍경이 보였다. 


소는 천천히 작은 원 안에서 빙글 빙글 돌고 있었는데 아마도 곡식을 빻거나 하는 모양이었다. 뭐랄까? 바간의 풍경은 이래서 더 신기했던거 같다. 현대의 모습이라곤 30년이 넘어 보였던 차량뿐, 주변을 둘러보면 전부 먼 과거의 풍경들이었다. 


소는 할아버지의 감시보다도 파리가 달라 붙는게 더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꼬마 아이와 인사도 나눴다. 

이곳은 휴게소가 아니라 일종의 상점이었는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곳의 특산품을 팔고 있었다. 나야 원래 아무리 강요를 받아도 절대 구입을 하지 않는 타입이긴 한데 신기하게도 이곳은 물건을 사달라는 요청은 전혀 없었다. 그저 구경을 더 해보라는 식이었는데 딱 그정도였다. 


나에게 내민 동글거린 무언가를 받아들고 씹어봤다. 무척 달았다. 거의 설탕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이건 대체 뭘까? 


그리고는 나에게 술을 권했다. 아마 이게 미얀마 전통주인 '탕이' 인 듯 보였는데 쓰기는 했지만 그런데로 한 잔은 마실 수 있었다. 


비키에게도 한 잔을 줬는데 냄새를 맡고 살짝 마셔보더니 자신은 못 먹겠다고 했다. 내가 너무 웃겨서 러시아 사람이 이 정도도 못 먹느냐고 놀렸다. 


너무 황량하기까지 했던 땅 위에 있던 이 상점은 이렇게 술과 약간의 기념품 정도를 판매하는 것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던거 같았다. 미얀마의 모든 지역이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도시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미얀마 사람들의 생활 환경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한 남자가 높이 있던 나무를 가리키더니 사다리를 타고 순식간에 올라갔다.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의 높이였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가서는 무언가를 들고 내려왔다. 


나보고 한 번 맛보라고 해서 손으로 찍어 먹어봤는데 역시 무척 달았다. 아까 전의 그 설탕과 비슷한 것은 이것을 응고해서 만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 비키도 그랬지만 이탈리안 커플도 역시 아무런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주변의 살펴보며 사진을 찍다가 다시 택시에 올라타고 뽀빠산으로 향했다. 


중간 중간 펼쳐진 비포장 도로를 보면서 우리가 왔던 길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다시 포장이 된 도로를 달리면서(포장된 도로도 울퉁불퉁한건 마찬가지다) 주변을 살펴보니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이 보이는가 하면, 물통을 들고 가는 사람들, 먼지를 뒤짚어 쓰고 우리를 보자 손을 흔들며 웃는 아이들까지 점차 오지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지 마을을 지나고 산을 오르 내리기를 1시간 반정도, 나의 엉덩이는 고통스럽다 못해 쥐가 잘 지경이었다. 그 때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 할거 없이 "어어어어어어!!! 저기 저기! 뽀빠산이야!" 라고 소리를 질렀다. 운전사 아저씨는 여기서 멈춰주냐고 물었고 우리는 당연히 봐야겠다며 길가에 차를 댔다. 


사진에서만 보던 뽀빠산이 맞았다. 우리는 산 꼭대기 위에 황금빛 사원이 있었던 뽀빠산을 보자 어린아이처럼 너무 신기했다. 이제 뽀빠산에 올라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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