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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이제 만달레이 주변 도시 투어의 마지막 장소인 아마라뿌라로 향했다. 아마라뿌라에는 나무로만 이루어진 우 베인 다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했다. 사가잉 다리를 건너 오토바이를 타고 몇 분 정도 달리니 아마라뿌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다리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새를 파는 소년이었다. 미얀마를 여행하다 보면 가끔 새를 잡아 놓고 파는 소년을 볼 수 있었는데 우 베인 다리 앞에도 있었던 것이다. 새들이 너무 애처롭게 나를 쳐다봤다. 


우 베인 다리 앞에 서자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 멋졌다. 사실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보니 삐거덕 소리가 나기도 하고, 뭔가 부실해 보이는 다리였지만 주변의 경치나 다리가 지니고 있는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오토바이 아저씨와 헤어지고 우 베인 다리를 천천히 걷는데 미얀마를 여행하는 모든 여행객들이 여기에 모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 미얀마 사람이 반, 관광객이 반이었을 정도였다.

우 베인의 다리는 참 좋기는 했는데 여기는 이상할 정도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몸이 불편하거나 아니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미얀마가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구걸을 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조금 놀랐다. 


우 베인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라고 알려져 있다. 사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일본에 있는 목조 다리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로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다고 나오는데 그 다리의 길이는 897.4m이다. 하지만 우 베인 다리는 1.2km이기 때문에 아마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라고 생각된다. 무려 200년 전에 '우 베인'이라는 책임자에 의해 만들어진 다리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이용되고 있다니 정말 대단했다. 근데 왜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는 일본의 차지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간에 기념품을 파는 곳도 꽤 있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그림이었지만 나는 구경하는 것으로만 만족했다. 


호수에는 노를 저으면서 다리 아래로 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중이었다. 제대로 된 일몰을 보기 위해서는 보트를 타는게 좋다면서 사람들을 꼬시고 있었는데 나는 그닥 보트를 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걸으면서 먼저 와 있을 스위스 친구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200년이나 된 나무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꽤 괜찮았다. 


그림과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보트 주변으로는 오리들도 떼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답구나!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 이어졌다. 약간의 흔들림은 있어도 이 많은 사람들과 자전거를 지탱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길고 튼튼한 나무 다리를 만들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중간에 섬처럼 보였던 곳으로 잠시 내려가봤다. 그리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었고, 스위스 친구들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우선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해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이거 끝까지 가는데도 왜 이리 오래 걸리는지 정말 길긴 길었다. 그렇게 나무 다리만 계속 걷고 있을 때 아래쪽으로 서양인 2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잉와에서 만난 스위스 친구들이었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드디어 나무 다리의 끝까지 왔다. 여기서부터는 마을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다리 아래로 내려가는 곳으로 이동해서 스위스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다가서자 스위스 친구들은 반가워하며 이제 오냐고 말을 했다. 

그들은 이미 맥주 한 병을 거의 다 비운 상태였다. 나도 맥주 한 병 마시려고 옆에 있던 가게로 가서 물어보니 1300짯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근데 가게 안에 있던 다른 여자가 "쩨지대" 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미 수도 없이 말을 했던 것이라 내가 알아듣고 "쩨지대? 이거 1300짯이면 비싼거네?" 라고 말을 하니 여자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라 하면서 웃었다. 내가 미얀마어를 알아 들을 수 있을지는 전혀 예측을 못했나 보다. 

어쨋든 맥주를 주문하고 스위스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잠시 후 꼬마 아이가 내가 있던 자리로 맥주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1500짯이라고 말을 바꾸는 것이었다. 내가 무슨 소리냐고 아까는 1000짯이 아니었냐고 하니까 원래 1500짯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1300짯이면 먹겠다고 하니 1500짯이 아니면 못 준다고 강하게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안 먹겠다고 했다. 아쉬울거는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스위스 친구들은 이미 1500짯으로 주문을 한 상태인데 내가 그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꼬마는 나에게 1300짯을 줄 수 없었던거 같았다. 스위스 친구들도 나중에 왜 이리 비싸게 받냐고 살짝 항의까지 했다. 


맥주가 아니어도 좋다. 이 자리에 앉아 해가 지기를 천천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