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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각 나라의 항구를 통해서 작은 물품들을 가지고 오는 일명 보따리 상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보따리 상인을 놓고 본다면 불법이나 잘못된 직업이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간혹가다가 이 상인들의 짐을 들어주다가 큰 피해를 보는 여행객들도 있다. 이건 예전부터 있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는 이유로 거절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나 역시 중국을 여행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배를 탈 때 보따리 상인을 만났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국 사람이시죠? 짐 하나만 들어주시면 수고비도 드릴께요. 부탁 좀 할께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단호히 거절했다. 그건 용돈벌이는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칫 잘못하다가는 세관을 통과할 때 이상한 물품이 들어있을 시 들고 온 사람의 잘못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인천항구에 도착했을 때 세관을 통과하는 도중 나이가 지긋이 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약이 가득 담긴 보따리가 세관에 걸리면서 적잖아 당황해 하시는 모습을 봤다. 

"할아버지 이거 어디서 사셨어요?"
"아니... 그... 백화점... 어디에서 샀어."
"할아버지 이거 어디서 사셨는지도 모르시네요. 누가 들어달라고 시킨거죠?"

거짓말에 능숙하지 않은 할아버지는 이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셨다. 나는 세관을 지나가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분들을 이용했던 상인들을 향해 분개했다. 약이나 가짜시계정도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만약 그 안에 마약이라도 있는 한에는 범죄자가 될 판이다. 


최근에 관세청장님을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 나는 부담스럽게도 관세청장님의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내가 질문했던 것은 바로 이런 보따리 상인의 짐을 들어주다가 피해를 입는 사실과 그에 따른 홍보대책이 더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출입국에서 철저히 감시를 하고 있는 관세청에서 이러한 사실을 모를리가 없었다. 


윤영선 관세청장님은 여태까지 정말 많은 홍보가 있었다고 했고, 앞으로도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씀을 했다. 당연히 보따리 상인의 짐을 들어주다가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관세청의 임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보따리 상인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사실 무조건적으로 보따리 상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정말 힘들게 중국과 오고가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서 관세청은 이러한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관세청에서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야 여행자이니 단순히 공항이나 항구에서만 보던 세관신고서만 작성하는 것으로 관세청의 업무를 엿볼 수 있었지만 사실 알게모르게 관세청의 중요성은 대단했다. 우리나라의 환경이나 생태계를 보호하는 업무부터 수입품의 관세를 담당하는 것, 밀수업자를 막는 것, 공항과 항구의 출입을 담당하는 역할까지 정말 다양했다. 

관세청장님이시니 우리나라의 관세청 자랑을 늘어놓으실 수밖에 없었는데 세계 공항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가 바로 세관통과의 신속, 정확성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다른 곳은 몰라도 관세청만큼은 청렴도가 매우 높다고 하니 이거야 말로 자랑할만 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일종의 뇌물을 요구하는 곳도 경험했던 만큼 이 부분은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관세청장님과의 식사는 높으신 분의 옆자리에 앉느라 조금 불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소탈하신 모습에 어렵지 않은 저녁시간이었다. 게다가 딱딱하고 어려울 것으로만 생각되었던 관세청의 업무가 사실은 우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관세청장님과의 만찬이 끝나고 나서 주시경 대변인님께서 나에게 좋은 지적을 해줬다고 했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남의 짐을 들어주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고, 그에 따른 홍보는 많이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씀이었다. 아마 내가 여행하면서 본 이후로도 여전히 그런 피해가 많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작은 용돈을 벌려고 남의 짐을 들어주는 행위는 한순간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관세청에서도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행위를 못하도록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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