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크리스마스 시즌은 일본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거리의 가로수에는 온통 조명으로 치장이 되어있었고, 쇼핑몰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크리스마스는 해외에서 보냈는데 이번해에는 아주 불행하게도 크리스마스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여러모로 시끌벅적한 날에는 조용히 혼자 보내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후쿠오카 지리를 대충 파악해서 그런지 캐널시티를 지나 나카스로 오는데는 지도도 필요없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지 몇 시간만에 대략적인 방향감각을 익힌 셈이었다. 그만큼 후쿠오카가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나카스는 텐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섬으로 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었다. 후쿠오카의 밤이 그러하듯 이곳도 네온사인으로 가득하기는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하면 야경이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쿠오카의 밤이 조용하고 재미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잠잠한 조명 아래 늘어져 있는 나카스의 포장마차같은 즐거운 구경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없던 포장마차가 나카스의 작은 길 위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작은 포장마차였는데 비좁은 듯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포장마차를 지나갈 때마다 큰웃음소리가 들렸는데 정말 즐거워보였다. 나도 저 자리에 앉아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포장마차가 늘어선 길을 천천히 걸었다. 생각보다 포장마차가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나카스 포장마차의 유명세 때문인지 포장마차는 항상 비좁아 보였고, 그 앞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가득했다. 이렇게 작은 포장마차 몇 개가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소개가 되다니 좀 신기할 정도였다. 

이왕 나카스까지 왔으니 어느 가게라도 들어가서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가격이나 맛은 그렇다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데 여행자인 내가 이런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일어를 전혀 모르고, 어떤 음식을 파는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 내가 포장마차가 있는 길을 여러번 왔다갔다 해도 알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포장마차 앞에 있는 삐끼의 이끌림에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 일본 사람으로 나를 알아봐서 열심히 일본어로 말을 했는데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대충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꼬치를 파는 곳이라고 해서 4개를 주문했고, 맥주는 무조건 시켜야 한다고 해서 1병을 주문했다. 


몸이 너무 안 좋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맥주는 안 마시려고 했는데 어쩔 수없이 시켜야 했다. 저녁에 호텔에서 나올 때는 몸이 정말 안 좋았었는데 나카스의 포장마차를 보니 아팠던 것도 어느정도 사라졌고, 이러한 포장마차에서 맥주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더도 말고 한 병만 마시기로 했다. 


포장마차는 정말 비좁았다.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의자만 있을 뿐이라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딱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만이 허락된 곳이 바로 일본식 포장마차였던 것이다. 


덕분에 나는 바로 옆에서 다른 일본인들이 무얼 먹는지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포장마차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음식은 참 간소하게 나온다. 


내가 주문했던 닭꼬치와 돼지고기꼬치가 나왔다. 후추로 양념이 되어있어 살짝 짜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맛있었다. 좀 불만이라면 가격에 비해 양이 적긴 너무 적었다. 빨리 일본 물가에 적응이 되어야 할텐데 가끔 사먹고 계산을 해보면 기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꼬치와 맥주를 마시면서 주변 분위기를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아저씨가 나를 보며 관심이 있는지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왔다. 내가 아는 일본어라고는 거의 없었지만 "캉코쿠데스"라고 말해주니 자연스럽게 이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대화를 이어갔다. 

물론 이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영어를 거의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영어를 잘했냐면 또 그것도 아니니 할 말은 없기는 했지만 대화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일본어로 열심히 설명하고 나는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장면이 참 웃기긴 했다. 

우리의 대화는 쉽게 끊기지는 않았다. 아는 영어를 대면서 나에게 설명하려는 아저씨와 아는 일본어를 찾으면서 대화하려는 나의 노력이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내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항상 맥주와 함께 친구를 사귀었는데 일본이라고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서울에 살고 있다고 하니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서울에도 몇 번 가봤다면서 동대문 이야기를 했다. 내가 명동, 강남과 같은 지역을 이야기하니 마침 가봤던 곳인지 기억이 난다면서 무척 좋아하셨다. 명동 근처 호텔에서 투숙했었다면서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꼬치를 다 먹고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니 남아있던 고기도 맛보라면서 건네줬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이 정확하게 구분한다고 들었는데 권하는 문화가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일본인에 대해서 너무 치밀하고 깐깐하게만 생각했나 보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마침 여행중이셨다. 어느지명을 대면서 알려주기는 했는데 내가 다른 일본의 지리를 알리가 없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후쿠오카에 있다가 이제 나가사키로 간다고 했다. 나도 역시 여행자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이 큐슈일주라고 하니 무척 흥미롭게 들으셨다. 그리고 배낭여행으로 몇 군데 여행을 했다고 하니 아주 대단하다고 하셨다. 


나카스의 매력을 이제야 알거 같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도 이유일테지만 이 좁디 좁은 포장마차가 왜 좋은지는 바로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좁기 때문에 사람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일본어를 좀 못하면 어떠한가.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 즐거울 수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