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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는 나하에는 모노레일이라는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발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모노레일을 딱 하루만 이용하게 되었다. 내가 지냈던 곳은 미에바시역 근처였는데 굳이 모노레일을 타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곳은 걸어다녔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오키나와를 떠나는 날에도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까지 오긴 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날은 날씨가 무척 흐렸다. 이미 남국의 열기에 잔뜩 취하겠다는 생각은 살짝 접고 들어갔는데 이 다음날에도 그리고 이 다음날에도 날씨는 흐리다 못해 비까지 내리는 참상이 벌어졌다. 아무튼 나하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나와 잠깐만 걸으면 국내선 터미널이 나온다. 나하 공항은 국내선에 비하면 국제선은 정말 쬐그만했다.

모노레일을 타려면 국내선쪽으로 가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 화살표를 따라가면 모노레일 역이 등장하는데 입구에서 1일패스권을 판매하고 있다. 계산을 대충 해보니 하루에 3번 이상 모노레일을 탈 계획이라면 1일패스가 훨씬 유리했다. 첫날에는 나하 시내를 비롯해서 슈리성을 돌아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1일 패스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600엔을 내고 받은 1일 패스권은 무척 귀여웠다. 어른은 600엔이었지만 아이들의 경우 300엔에 구입이 가능했다. 1일 패스권은 하루 정도만 구입해서 사용하는 편이 유용할 것 같다.


잠시 후 생각보다 무척 아담한 모노레일에 올랐다. 간혹 아찔해 보일 정도로 높은 위치에서 레일을 따라 달리는 모노레일을 보고 있으니 대중교통이 아니라 꼭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하가 놀이동산처럼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그런 도시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날씨도 우중충한데 모노레일 아래 내려다보이는 거리며, 건물이며 전부 회색톤이었다.



모노레일의 맨 앞으로 이동해봤다. 모노레일을 운전하는 기관사와 함께 내부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오키나와를 오기 전만 하더라도 모노레일을 자주 타고 다닐 줄 알았는데 나하에서는 슈리성을 갈 때 빼고는 모노레일을 이용할 일이 없었고, 미에바시역에 있었던 나는 국제거리나 여객터미널에 갈 때도 걸어갔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나하에서 볼만한 관광지라고는 슈리성 밖에 없었기 때문에 굳이 모노레일을 탈 이유가 없었다.


높은 곳에 위치한 모노레일역이 은근히 아찔하다.


멀리서 내려오는 아담한 모노레일이 왠지 어울리지 않아 웃음이 나온다. 귀엽다는 표현이 조금 어울리려나? 저런 레일이라면 청룡열차가 달려오는 편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나하 시내의 빼곡한 건물 틈을 비집고 달리는 모노레일 위에서 아무 생각없이 밖을 내다본다. 과거 류큐왕국이었기 때문에 뭔가 이국적인 풍경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오키나와는 너무 일본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