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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다바야시의 지나이마치를 걷다보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주변의 오래된 저택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주 소박하게 운영하는 작은 곳도 있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저택과 골목길을 볼 수 있는 지나이마치만 생각하고 돈다바야시를 찾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가게들이야 말로 여행의 소소한 재미를 선사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돈다바야시에서는 편의점조차 쉽게 볼 수 없었는데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돈다바야시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파서 식당을 먼저 찾기로 했는데 다행히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친절하게 알려줬다. 다른 식당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소바집과 빵집을 추천해 주셨다. 이 지역 사람이 추천하는 것을 보니 맛집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점심으로 빵을 먹는 것보다는 소바가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사실 여기가 더 가까워 먼저 찾았다. 근데 주변의 건물과 그냥 어우러져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까막눈이라 식당의 이름은 당연히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궁금해져서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핫죠자야'라고 알려주셨다.


식당의 분위기는 무척 조용했다. 내부를 살펴보니 오래되고 낡은 느낌은 아니더라도 뭔가 모르게 고풍스러웠다. 아마도 벽면에 걸려 있는 흑백 사진이나 접시들이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생각보다 넓긴 했지만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딱 5개로 한정되어 있었다.


일본의 어느 식당에서나 나무젓가락을 볼 수 있지만  여기는 좀 다르게 끝이 날렵하게 깎인 재미있는 모양새였다.


항상 메뉴판을 보면 난감하다. 사진이 있거나 영어로 적혀있지 않는 이상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가격밖에 없다. 대충 설명을 들어보니 따뜻한 소바와 차가운 소바로 나뉘는데 이왕이면 차가운 게 더 소바다울 것 같아서 나메꼬 소바를 주문했다. 나메꼬가 버섯의 이름이라고는 들었지만 어떤 소바가 나올지는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내 앞에 놓인 나메꼬 소바는 보기에도 상당히 먹음직스러웠다. 버섯과 약간의 소스가 곁들어져 있어 비벼먹으면 되는데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달콤한 맛도 조금 있긴 했지만 역시 일본 음식이라 그런지 깔끔하다는 말이 훨씬 더 잘 어울렸다.

수제로 만들어진 소바의 맛은 무척 좋았지만 850엔의 가격은 조금 비싸다고 느껴졌다. 사실 일본에서 밥을 사먹으면 보통 600~1000엔 정도였는데 이 소바의 양이 적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이걸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알려준 빵집을 찾아 나섰다.


빵집은 지나이마치 거리의 거의 끝에 있었는데 여기도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문 앞에는 간판이라고도 볼 수 없는 아주 조그만한 가게 이름이 걸려 있을 뿐 마침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다면 빵집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아무튼 이 빵집의 이름은 마메텐 카페로, 안으로 들어 갔을 때 소박함에 조금 놀랐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추천해 주길래 일반적인 커다란 제과점이나 카페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빵의 종류도 몇 개인지 세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적었고, 심지어 카페와는 거리가 먼 일반 가정집이었다. 그런데도 난 이런 소박함이 느껴지는 가게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오사카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과 아주 비슷한 빵집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흥미로울테니 말이다.


게다가 주인이 직접 몇 개만 소량으로 구운 빵이라 훨씬 신선하고 맛있을거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빵을 천천히 살펴보니 정말로 다 맛있어 보여 뭘 골라야 할지 고민됐다. 도넛 모양의 빵을 고르려다가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녹차빵이었다. 빵을 고른 후에는 커피를 마실지 차를 마실지 물어봤는데 이 경우 차는 무료였다. 역시 나는 차를 선택했다.


정말 일반 가정집이 맞긴 맞는지 거실로 안내해줬다. 여기에서 앉아 빵을 먹고,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집이 맞는지 궁금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혼자 운영하는 작은 빵집이자 카페가 맞았다. 정말 독특했다. 어느 일본의 가정집에 방문해서 빵과 차를 대접 받는 그런 느낌까지 들었다.


벽면에 붙어있는 고양이와 강아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배경이 익숙한 것을 보니 지나이마치에서 찍은 고양이와 강아지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봤다.


차를 마시며 지나온 과정을 기록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따뜻한 차와 함께 빵도 살짝 데워서 나왔다. 쫀득쫀득한 빵이 무척 맛있었다. 180엔에 빵과 차를 즐길 수 있는만큼 가격은 크게 부담되지 않으니 돈다바야시를 걷다가 잠깐 들러도 좋을것 같다. 어쩌면 오래된 저택을 구경하는 것보다 이런 소박한 가게들을 찾았을 때가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