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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카츠 항구에서 약 15분 정도 달리면 한국 전망대에 도착한다. 아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곳이자 대마도라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은 왕래를 할 수 없는 북한이라 사실상 바다에 놓여 있는 외딴 섬이나 다름이 없는데 유일하게 대마도에서는 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게 바로 한국 전망대인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반전이 있었는데 한국 전망대에서 부산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실제로 다른 여행기를 봐도 그렇고, 우리를 안내해 주신 가이드님의 말씀에도 부산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실상 이름만 전망대였다.


설령 한국 전망대에서 부산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날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비가 오는 날씨라 하루 종일 흐렸고, 안개까지 자욱해서 가시거리가 무척 짧았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부산을 볼 수 없어도 상관없었는데 하필 여행 첫날부터 비가 오다니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한국 전망대는 와나우라 공원 안에 있는 곳으로 서울 탑골 공원에 있는 정자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단순히 정자를 모델로 했다고 한국 전망대가 아니라 한국산 재료를 가지고 한국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멀리서 봐도 청색 기와와 팔각형의 지붕이 한국스러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한국 전망대로 달려갔다. 가까이에서 본 전망대는 생각보다 훨씬 아담했다. 보통 전망대를 생각하면 높은 지대에 탑을 세우기 마련인데 이건 지면과도 많이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그래. 다시금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것은 없고, 상징성 하나만 보고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


일본인 관광객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일회용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하는데 반해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이렇게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쓰는 경우도 몇 번이나 봤다.

참 재밌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가진 카메라를 보고 놀라지만 정작 우리들이 쓰는 카메라는 소니, 캐논, 니콘 등의 일본제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좋은 카메라를 메고 사진을 열심히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끔은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니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전망대 내부도 딱히 볼 게 없다. 부산의 야경이라며 사진이 하나 걸려 있고, 조신통신사의 이동 경로를 그려 놓은 지도,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연대표가 있을 뿐이다.


조금 전에 한국 전망대를 올라오면서 마을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그게 저 아래 마을인가 보다. 아담한 몇 개의 가옥이 함께 어우러진 작은 항구 마을에 배가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어차피 부산은 볼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전망대에 왔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바로 앞에는 일본 자위대가 주둔하고 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조차도 흐릿해서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국 전망대 바로 옆에는 꽤 커다란 위령비가 놓여 있다. 이 위령비는 1703년에 조선통신사 108명이 조난을 당한 사고를 애도하고자 만든 것이다. 또한 당시의 활발했던 양국 국제교류를 되새기자는 의미도 있다.


사실 한국전망대는 한국식으로 지은 것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망대의 역할을 하고 있지도 않고, 딱히 볼만한 게 없다. 대마도를 여행하기 전 사전에 미리 알고 있던 장소가 이거 하나였는데 실제로 보니 조금 아쉬웠던 순간이다. 그냥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 대마도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여행은 쓰시마시, 여행박사, 시그마 협찬과 도움으로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