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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끝까지 가다보면 치고가후치라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 원래 에노시마 신사를 돌아보는 게 목적이었지만, 섬의 끝자락까지 왔는데 여기서 그냥 돌아간다면 그게 더 이상했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던 터라 유난히 식당이 많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점심은커녕 아침도 먹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장 맛있어 보이는 식당 앞에서 저절로 걸음이 멈췄다. 침이 고였다. 마침 아주머니도 나를 보더니 어서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배가 너무 고팠지만, 일단 치고가후치부터 보고 난 후 점심을 먹는 게 낫겠다 싶어 나중에 다시 오겠다 했다.


내려가는 계단은 무척 가팔랐다. 계단은 많지 않았지만 올라갈 때는 땀 좀 흘릴 것 같다.


드디어 하얀 파다가 몰아치는 바다가 나타났다. 이 바다 위에 드러난 대지가 바로 치고가후치다. 에노시마가 지진에 의해 생겨난 것처럼 치고가후치 역시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솟아오른 대지라고 한다.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모습만 본다면 날씨가 전혀 춥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에노시마에 있는 동안은 그나마 따뜻한 편이긴 했는데 그건 겨울치고는 따뜻했다는 얘기지 결코 물에 뛰어들 정도로 더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치고가후치 주변 풍경은 상당히 괜찮았다. 시원한 풍경과 어우러진 치고가후치는 단연 에노시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치고가후치를 지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에노시마이와야 동굴이 나오는데 시간이 없어 보진 않았다. 사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굳이 동굴까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바다 위에 살짝 솟아오른 치고가후치를 직접 내려가 볼 수도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되는데 좀 더 가까이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도 있다. 물론 주변에는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보다는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어째 낚시하는 아저씨들만 신난 것 같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보다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치고가후치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충분히 에노시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계단을 따라 헥헥거리며 올라간 뒤 아까 그 식당 앞에 다시 섰다. 가마쿠라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고, 그렇다면 에노시마에서 점심을 해결하자고 결심했다. 혼자 들어가니 아주머니는 창가쪽으로 안내해줬다. 바다가 바로 아래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일단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았다. 그냥 맛있어 보이는 사시미 세트로 주문했다.


바다 근처에 왔으니 사시미인가. 오징어를 비롯해서 몇 점의 사시미가 있고, 된장국과 몇 개의 반찬이 있는 아주 간단한 메뉴였다. 나는 걸신이 들린 것처럼 정말 허겁지겁 먹었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물론 맛을 음미하는 것도 잊은 채 그냥 먹기만 했다. 정말 배고프긴 배고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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