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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바 호수에서 환상적인 일몰을 보고 숙소인 리베르타 홈스테이로 돌아갔다. 배고팠다. 보통의 게스트하우스처럼 리베르타도 식당을 겸업하고 있었는데 여긴 특이하게도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계산을 했다. 


배고프니까 역시 밥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치킨 나시고랭(볶음밥)을 먹기로 했다. 뼈가 그대로 들어있지만 먹을 만한 수준이었다. 리베르타 홈스테이의 음식은 대체적으로 맛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고, 대신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저렴했다. 

2층에서 밥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호주 아저씨와 자연스럽게 말을 하게 됐다. 그러다 바탁 전통공연을 보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이제 막 도착한 여행자로서는 그야말로 ‘땡큐’였다. 바탁 공연이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무료라고 하니까 무작정 따라갔다. 


바탁족의 전통공연은 바거스베이 홈스테이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맥주를 주문한 뒤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호주인 아저씨와 얘기도 하고, 잠시 후 우리 자리에 합석한 영국인 레이와도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메단에서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할 뻔했다고 하자, 레이는 중미지역인 니카라과에서 강도를 만나 칼로 위협당하고, 모든 걸 다 빼앗겨 본 적이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그에 비하면 난 정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다. 


바탁 공연은 먼저 어린 아이들의 전통춤으로 시작됐다. 바탁족의 전통의상으로 보이는 화려한 치마가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화려한 춤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춤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두 손을 합장한 채로 반복적인 움직임만 취할 뿐이다. 어쩌면 율동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뚱땅거리는 연주와 함께 비슷한 동작만 계속해서 반복했다. 


살짝 심심했던 전통춤이 끝나고, 본 공연으로 느껴진 노래가 이어졌다. 항상 옆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일어나서 노래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말을 하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대체적으로 노래는 참 흥겨웠다. 너무 어두워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는 어려웠지만. 부킷라왕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노래가 곁들어지니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마지막 공연은 ‘드링킹 송’으로 술을 마신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리얼해서 무척 재밌다. 이런 노래는 ‘취가’라고 불러야 하나.

나중에 외국인이 무지하게 찾아오기 전까지는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무료라고 하기엔 충분히 즐거운 공연이었다. 관객들에게는 자발적인 관람료를 내거나 노래 시디를 구입하도록 권할 뿐이다. 그런데도 난 1만 루피아를 냈다. 배낭여행을 할 때만큼은 인색한 내가 돈을 냈단 말이다. 옆에 있던 호주 아저씨는 시디를 구입했다. 


공연이 끝나고는 자유롭게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샌가 나타난 젊은 서양인 무리들이 ‘정글주스’라고 하는 술을 돌렸다. 한 여자가 오늘이 생일이라면서 말이다. 아무리 서양인이 나이 들어 보인다 해도 그 여자는 이제 막 20살을 넘은 듯 보였다. 근데 그 무리에는 나랑 같이 또바 호수로 왔던 포르투갈 아저씨도 있었다. 비호감이라 그냥 아는체만 했다. 



노란색의 불투명한 정글주스를 마시며, 역시 자유롭게 시작된 노래를 감상했다. 생각보다 훨씬 조용한 또바 호수였지만, 분위기는 제법 좋았다. 3만 5천 루피아짜리 싸구려 방만 빼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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