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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로 돌아왔다. 변함 없이 화려한 이 거리는 내게 참 익숙하다. 항상 태국을 오면 내가 대체 방콕을 여행하고 있는 건지 카오산로드에서 방황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만큼 매번 별다른 일정 없이 카오산로드 주변에서 어슬렁거렸다는 말이다.


바로 옆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하건 말건 여기는 전혀 다른 세계다. 여전히 시끄럽고, 여전히 화려했다. 근데 예전보다 조명이 조금 어두워진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일까?


방콕으로 날아온 이유이자,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맥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원래는 카오산로드에서 마실까 생각도 했지만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람부뜨리 거리로 이동했다. 카오산로드는 구경하기엔 좋지만 먹고 마시기엔 별로 안 좋다.


물론 람부뜨리도 시끄러운 건 마찬가지지만 목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시끄러운 것도 있지만 분위기도 람부뜨리가 더 좋아 항상 이 거리에서 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카오산로드 뒤쪽에 있는 길도 람부뜨리인데 낮에는 로컬 식당이나 노점이 자리를 잡고 있고, 밤이 되면 라이브 공연을 하는 바가 있어 무척 괜찮다.


일단 한인 게스트하우스인 홍익인간 근처로 넘어왔다. 아마 카오산로드에서 맥주가 가장 싸지 않을까 싶은 게코 바(Gecko Bar)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창 맥주 큰 병이 70밧이다. 보통 길거리 노점에서 마셔도 보통 80밧인데 여긴 더 저렴했다. 하긴 게코 바도 거의 노점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하나. 아무튼 가격이 착해서 마음에 든다.


여기에는 밤이나 낮이나(심지어 이른 아침에도)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이상한 인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싱하를 마셨다. 개인적으로 태국 맥주는 싱하 맥주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창을 고른 이유는 다른 게 없다. 그저 가격이 더 싸기 때문이다.

기분은 정말 좋았다. 짧은 여정이라 특별한 계획도 없지만 그래서 더 아무 생각 없이 순간을 즐겼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거리에 있고, 시원한 맥주는 내 손에 들려 있는데 무엇이 아쉬울까.


저녁을 대충 먹었더니 배고파 안주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나섰다. 게코 바는 맥주창고처럼 술만 시키고 안주는 근처에서 아무거나 사오면 된다. 원래 밥을 먹으려고 바로 앞에 있던 노점에서 메뉴판을 보다가 근처에 있던 꼬치가 눈에 들어왔다.


돼지, 치킨, 버섯, 베이컨말이를 골랐고 화로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기 시작했다. 배고파서 그런지 더 맛있게 보였다. 꼬치 구이가 완성되면 소스를 뿌려주는데 매운맛은 얼마나 매울지, 다른 소스는 어떤 맛일지 몰라 그냥 적당히 찍어 먹기 위해 바닥에 뿌려 달라고 했다.


사진은 어둡게 나와서 그렇지 정말 맥주와 딱 어울리는 안주였다. 허름한 이 분위기조차 정말 딱 내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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