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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 → 아그스타파 국경근처, 기차 12시간

바쿠에서 출발해 트빌리시로 가는 열차를 탔지만, 결국 비자 문제로 걸렸다. 애초에 자정에 도착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지만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안 될 줄은 알긴 알았다. 그저 요행을 바랬다고 해야 할까. 근데 영국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러시아 국경에서조차 9일에 타도 괜찮다고 했었다. 아무튼 난 국경에서 걸려 아침에 열차에서 내려야만 했다. 참고로 트빌리시행 열차의 가격은 29마나트였고, 국경에는 8시 20분경에 도착했다.


국경 → 아그스타파, 택시 1시간

결국 택시(운전이 심하게 거칠었던)를 잡아타고 아그스타파로 이동했다. 1시간가량 시골 마을을 달려 아그스타파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에 갔다. 그곳에서 출국이 하루 늦은 데에 대한 페널티(벌금 혹은 입국불가)를 부여 받는데 당연히 난 입국불가를 선택했다. 무슨 하루 페널티가 300마나트 씩이나 되나. 아무튼 난 향후 2년간 아제르바이잔을 입국할 수 없게 되었다. 이쯤 되면 체류기간을 3일로 정해준 여행사가 원망스럽다.


아그스타파 → 가자흐, 택시 20분

아제르바이잔 국경으로 가기 위해선 가자흐로 이동해야 했다. 결국 예상치 못한 지출이 이어졌는데 1.2마나트밖에 없었던 나는 ATM에서 돈을 뽑아야 했고, 택시비로 무려 30마나트를 지출했다.


가자흐 → 국경, 미니밴 1시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국경으로 가는 미니밴에 올라탔다. 무지하게 낡은 미니밴으로 국경 근처에 있는 마을을 이어주는 버스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자흐에서 국경까지 요금은 1마나트다.


아제르바이잔 국경 → 조지아 국경, 걸어서 이동 1시간

국경을 걸어서 넘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여기가 걸어서 넘는 곳이 아니라 나름 신선했다. 페널티 받고, 돈은 돈대로 쓰고, 힘들게 걸어서 이동하는 것을 탓해서 뭐하랴. 그냥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넘었다. 물론 트빌리시행 열차를 그대로 타고 있었으면 벌써 도착했었겠지만.


조지아 국경 → 트빌리시, 택시 1시간

배낭여행자가 하루에 두 번이나 택시를 타는 건 꺼림칙했지만,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던 나는 또 택시를 타게 되었다. 여기 근처에 마을이 있었다면 미니밴이나 다른 교통수단이 있었겠지만, 전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으로 국경을 넘는 곳에서 그런 건 없었다. 택시 아저씨와 10분간 고민한 끝에 타게 되었다. 근데 실제로 좀 트빌리시까지는 멀고, 도착해서도 원하는 지역을 또 찾아가는 것보다 바로 갈 수 있어서 시간 절약은 됐다. 택시비로는 무러 52라리를 냈다. 쓸데없이 꽤 많은 돈이 나갔던 하루였다.


▶ 여행 21일차

3일 체류기간으로 국경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영국인의 주장이 맞았습니다. 어제 아제르바이잔 국경을 넘는 도중 체류기간 오버로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골 동네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했고, 출입국 사무소에서 페널티를 받았고, 미니밴을 타고 국경으로 이동, 걸어서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국경을 넘은 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상당히 힘든 이동이었고, 낯선 곳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이상하게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셈치고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국경을 이렇게 넘는 사람이 또 얼마나 있을까 싶었고요.

아무튼 아제르바이잔에 있다가 조지아로 넘어오니 정말 분위기 좋네요. 아직 본격적으로 둘러보진 않았지만 배낭여행자도 많고, 적당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도 많아 여행하기엔 딱 좋아 보입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체류기간 문제로 걸렸던 만큼 조지아의 무비자 360일은 마음에 쏙 드네요. 덕분에 조지아에선 적당히 머물면서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물론 밀려있는 여행기도요!


저는 지금 세계여행 중에 있습니다. 이 글이 마음에 든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 및 응원을 해주실 수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 현지에서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배낭여행자에게 커피 한 잔 사주시겠습니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