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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은 고작해야 3일(정확히 따지자면 4일) 머물렀을 뿐인데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단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하겠다고 결심했던 순간부터 비자 문제가 걸렸는데. 이 비자를 받기 위해 자그마치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어떻게 받는지 알아봤으니 망정이지, 만약 내가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시도했다면 정말 무지하게 힘들었을 거다. 사실 이래나 저래나 엄청 짜증냈을 거다.

아무튼 이 비자 문제의 핵심은 출국할 때였다. 정말 멍청한 여행사인지, 아니면 아제르바이잔 비자 정책인지(내가 볼 때는 둘 다 문제) 숙소를 2일 예약했다고 3일짜리 비자를 주는 바람에 국경에서 걸렸다. 첫날 만났던 마크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3일째에 기차를 타고 나가면 나에게 문제가 생길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다고 하는 사람은 많았다.

덕분에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1시간이나 이동해 아그스타파에서 페널티를 받고, 다시 국경으로 이동해 걸어서 국경을 통과해야 했다. 이때 받았던 페널티는 향후 2년간 아제르바이잔 입국 불가. 하지만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영토분쟁 중인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h)를 여행했기 때문에 2년이 아니라 여권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그러니까 10년간 입국이 불가능해졌다. 아제르바이잔은 어차피 비자 받기도 어렵고, 나중에 다시 갈 생각도 없어서 크게 아쉽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제르바이잔에 머무는 동안에 비자 연장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아무래도 3일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았기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더 보려 했던 것이다. 비자 연장만 되었더라면 바쿠가 아닌 다른 도시도 가봤을지 모른다.

난 아제르바이잔에 머무는 동안 몇 명의 여행자를 만났고, 그들에게 똑같이 왜 여길 왔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들 한결같이 ‘이상한 나라’를 보고 싶어서란다. 얼마나 대단한 나라이길래 비자 받기가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여행자가 별로 없으니 나에겐 특별한 여행이 될 거 같아 선택했다고 했다. 사실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해 보면 독재가 있는 나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폐쇄적인 이슬람국가도 아니라 생각했던 것만큼 ‘이상한 나라’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에겐 ‘이상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묘한 성취감만 남아있다. 역시 비자 때문일까?

▲ 러시아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외국인이 정말 없긴 없는지, 무지하게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당한 후 입국 도장을 받았다.


▲ 덜컹거리는 진동음과 함께 기차가 출발하자, 모든 사람이 나를 불렀다. 보드카 한 잔 마시라며, 빵 좀 먹으라며. 그런데 차 내에서는 음주불가에다가 이슬람국가는 보통 술을 안 마시지 않나?


▲ 러시아 국경부터 아제르바이잔 국경까지 내가 불려나갈 때마다 "헤이, 킴. 괜찮아?"고 물어봤던 아저씨


▲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바쿠역 도착


▲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나는 낯선 땅에서 비를 맞으며 올드 시티까지 걸어갔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는 이야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마크 아저씨, 아제르바이잔을 수없이 여행했지만 내가 처음이란다. 아제르바이잔 예술에 깊은 관심이 있어 함께 전시회관도 가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


▲ 올드 시티에 있는 독특한 조각상 알리아가 바히드(Aliaga Vahid)라는 아제르바이잔 시인


▼ 가까이에서 보면 머리에 사람들이 있다


▲ 올드 시티 내에 있는 예술카페, 마야크 13


▲ 올드 시티 내에는 숨어있는 박물관이 많다. 세계의 책을 소형본으로 전시해 놓았지만 한국어는 당연히 없다.


▲ 올드 시티 내 슈퍼마켓


▲ 골목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 다른 캅카스(코카서스) 국가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제르바이잔에는 여행자도 별로 없을 뿐더러 특히 동양인 여행자는 거의 없어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사진을 찍어보라는 요청을 받긴 했는데, 비웃는 것처럼 마구 웃어서 이 녀석들에게는 놀림감이 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숙소 계단에 살고 있는 고양이는 내가 걸을 때마다 꽁무니를 계속 쫓아왔다.


▲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집을 지나칠 때 갑자기 창문 위로 튀어 오른 고양이 때문에 깜짝 놀랐다.


▲ 'HOSTEL'이라고 분명 써있다.


▲ 올드 시티 앞 도로


▲ 다른 이슬람국가와 달리 애정행각이 찐한 것을 보고 살짝 놀랐다.


▲ 카스피해를 따라 형성된 공원


▲ 알록달록 대관람차의 조명


▲ 낮보다 밤이 더 밝고 화려한 바쿠


▲ 바쿠의 상징, 플레임 타워. 플레임 타워의 조명은 3가지 형태로 변한다.


▲ 바쿠 올드 시티에는 고양이가 참 많다.


▲ 올드 시티는 관광지라기보다는 그냥 오래된 동네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집안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 빵집


▲ 바쿠 올드 시티


▲ 메이든 타워


▲ 메이든 타워 앞에 똑같은 조형으로 그림을 그린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해 놨다. 바로 앞에 보이는 작품 내에는 당연히 아르메니아 국기가 없다.


▲ 귀 기울이며


▲ 관광객이 없으니 장사가 될리가


▲ 빨래


▲ 바쿠 지하철


▲ 지나가다가 기차표 구입을 도와줬던 아제르바이잔 사람, 복싱 선수였다고 한다.


▲ 올드 시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는 성벽


▲ 바쿠 올드 시티


▲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바쿠


▲ 바쿠에서 만난 친구의 친구 파리다와 그녀의 부모님


▲ 플레임 타워의 야경을 보기 직전까지만 해도 진짜 불이 솟구치는 타워인 줄 알았다.


▲ 작은 베네치아, 그리고 플레임 타워


▲ 즐거운 만남


▲ 차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던 시기라 각설탕을 물고 차를 마시는 이란 남자의 모습이 신기해 따라해봤다.


▲ 보통 달달한 것과 함께 차를 마신다. 싸구려 찻집에서 각설탕이나 사탕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 기막힌 우연, 인연, 사건. 차를 마시고 있는 도중에 낯선 이가 자리를 함께 했는데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나와 같은 숙소, 그것도 같은 침대를 사용했던 이란 남자였다. 가라데 전 국가대표이자 지금은 코치인데 파리다의 아버지가 가라데 협회장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당연히 파리다와 아는 사이였다. 거의 1시간 내내 이 기막힌 인연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다들 눈물나도록 웃었다.


▲ 파리다의 통역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 전혀 모르던 사이였지만 이내 친구가 된 파리다


▲ 말은 안 통해도 무지하게 재밌었던


▲ 배웅


▲ 메이든 타워에서 바라본 바쿠 올드 시티


▲  플레임 타워



▲ 기념품을 파는 메이든 타워 앞 골목길


▲ 올드 시티 (HDR버전)


▲ 카페트 박물관에서 무지하게 많은 카페트를 구경하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했다.


▲ 크리스탈홀


▲ 플래그 스퀘어, 엄청나게 거대한 국기의 위용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 트빌리시행 기차


▲ 트빌리시행 기차 내부, 다음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 국경에서 걸려 페널티를 받는 와중에도 시계를 보며 재촉했던 택시 아저씨


▲ 읽을 줄은 몰라도 향후 2년간 입국불가 페널티를 받았고 이에 대해 동의했다는 내용의 문서


▲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탈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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