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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카오산로드로 움직인 뒤 숙소를 잡으려고 돌아다녔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은 숙소는 전부 방이 없어서 무척 애를 먹었다. 전날부터 기차타고 넘어온 상태라 몸은 찝찝하고 계속 배낭을 메고 다니니 몸은 피곤하기만 했다. 우리는 카오산로드의 신기한 풍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틈도 없이 계속 돌아다니기만 했다.  

무려 1시간동안 돌아다니다가 람부트리 로드에 있던 My House Guest house라는 곳에 잡았는데, 결코 좋지는 않았다. 가장 싸구려 방을 골랐는데 침대에 선풍기만 있을뿐 아무것도 없었다. 좀 더 싼 방을 찾겠다고 돌아다녔는데 결국 이런 곳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돌아다닐 힘도 없어 여기에 주저 앉았다. 우선 각자 샤워를 하고 아래에서 만나자고 했다. 

태국에서의 첫날 우리는 엘레나가 어디서 가져온 방콕의 지도를 펼쳐들고 WAT(사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도에는 수 많은 왓WAT이 표시 되어있었는데 가까운 곳에 있기에 쉽게 찾아서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왓이 어떤 개념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뭐든 다 관광지인가 보다 하며 돌아본 것이다. 


방콕은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싱가폴에서 말레이시아로 그리고 태국으로 넘어왔는데 거리는 점점 더러워졌다. 하지만 가장 활기차 보였던 곳이 태국이었다. 거리는 수 많은 차와 사람들이 있었고, 짜오프라야강의 수상버스들은 줄기차게 강을 오가고 있었다. 


길을 걷다보니 아이들이 고무줄을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여기에서 고무줄을 보게 되다니 고무줄은 전세계의 공통 놀이란 말인가?


동남아의 스포츠라고 알고 있는 세팍타크로도 봤다. 잠깐 구경을 했는데 그리 잘하지는 않았다. 은근히 멋진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별로였다.


왓이란 왓은 다 찾아다니며 봤는데 나중에는 뭐가 뭐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유럽을 가보진 않았지만 거리에 수많은 성당이 있다고 하는데 불교의 나라 태국에서는 그만큼 사원이 널려 있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뭔가 특별한게 있을거라는 생각에 WAT만 보이면 다 찾아다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나마 기억나는 곳은 마을 사람들이 추천해 줬던 왓으로 가보니 왜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엄청나게 거대한 황금빛 상이 우리를 반겼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이 카오산로드에서 얼마나 걸어왔는지도 모르겠고, 이 왓의 이름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연히 지나치며 재미있는 풍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두리안 파는 아저씨의 옷에는 '실내건축'이라고 선명하게 한글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왓을 보고 카오산로드로 돌아갔는데 너무 피곤해서 눈이 저절로 감길 지경이었다. 오후에 햄버거만 먹었던 생각에 또 다시 허기졌다. 사실 따져보면 오후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난 후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동안 근처의 왓은 전부 본 것 같았다. 문제는 무얼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사원이란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곳이었다. 황금빛으로 치장되어있는 사원 안에는 낮잠을 자고 있는 아줌마도 있었고,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게 가장 태국스러운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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