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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처럼 쿨하게 “땡큐”를 외치며 차에 올라타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배낭을 메고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정작 히치하이킹을 하기 직전에는 손을 들까 말까 수백 번도 더 생각하는 전형적인 왕소심 남자의 유형을 따라가고 있다. 엄지손가락을 들기가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거기다가 나를 쳐다보는 운전자들의 시선은 어찌나 냉소적인지 혹여나 눈을 마주칠까 고개를 떨구고 만다. 용기가 없는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이렇게 마음 고생할 거였으면 버스를 탈 것이지 왜 괜히 히치하이킹을 하겠다고 나섰냐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수많은 히치하이커를 만났다. 나는 그들을 보며 따라 해보고 싶다는 일종의 동경심을 느꼈다. 나도 히치하이커가 되고 싶다고. 그것은 단지 히치하이킹이 공짜라서가 아니라 흥미로운 여행의 방법이자, 기술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히치하이킹은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싶다는 일종의 의사표시를 하면 같은 방향의 운전자가 태워주는 것을 말한다. 대게 히치하이킹이라고 하면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건의 피해자(때로는 가해자)가 되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된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는가. 젊은 남녀가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알고 보니 살인자였다는 뭐, 그런 B급도 C급도 아닌 영화들. 그래서인지 가장 많이 질문을 받은 게 “위험하지 않아요?”였다. 또한 히치하이킹을 하면 ‘공짜’라는 인식이 앞서 돈도 없는 주제에 남에게 민폐만 끼치고 다닌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히치하이킹을 했다. 전형적인 서양의 문화라 우리나라에서는 공감하기 힘든 것 같다. 가끔 만나게 되는 백발(대부분은 머리가 없었지만)의 유럽 할아버지 여행자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자신도 어렸을 때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많이 했다며 추억에 젖곤 했다.

 

이쯤이면 히치하이킹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사실 방법이야 간단하다. 큰 도로로 나가 엄지손가락을 들거나 목적지를 적은 팻말을 든다. 그러면 누군가가 나를 태워줄 것이다.

 

한 번 히치하이킹을 하고 나면 용기가 샘솟는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질 뿐만 아니라,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져 절로 웃음이 나온다. 다음 차를 잡기 위해 손을 번쩍 들게 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어도 가볍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대중교통으로는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작은 마을을 여행할 수 있다. 히치하이킹을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은 덤이다. 그래서 내가 히치하이킹을 하나 보다.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행했던 초기에 느꼈던 감정을 담으려 했는데 이미 히치하이킹을 100번도 넘게 해서인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들어서인지, 용기가 없음을 탓했던 그 시절이 흐릿할 정도로 잘 떠오르지 않네요. 조만간 히치하이킹을 하는 방법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를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언제가 될지 약속은 힘들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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