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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긴 했지만 편안한 밤을 보내고 밖으로 나가보니 차가운 공기가 나를 엄습해왔다. 푸근한 시골과 같은 느낌의 고산족 마을에서 아침을 맞이했지만 내가 먼 태국땅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도 한국의 어느 깊숙한 산속 마을이 아닌지 착각하게 만들었다.

치앙마이 트레킹은 1박 2일과 2박 3일이 있는데 차이점이라면 2박 3일은 고산마을에서 하루 더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가격차이는 조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하루빨리 라오스로 넘어가야 할 사정이 있었기에 1박 2일로 투어를 신청했던 것이다.

아침으로 빵을 먹고있는데 곧바로 내려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고산족 마을 체험인데 고산족 사람들은 거의 못 보고 허겁지겁 내려가는 분위기였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내려갈때는 또 날씨가 괜찮아졌다. 그게 다행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너무 변덕스러운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하고 내려가기 전에 자신은 여기 남는다고 우리와 밤새도록 놀았던 친구와 작별인사를 했다. 솔직히 카드 마술과 게임은 재미가 없었지만 우리를 재밌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모습이 너무 웃겼는데 헤어지니 너무 아쉽기만 했다.


고산마을을 뒤로 하고 전날 왔던 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산마을을 떠나자 다른 썽태우팀도 합류했는데 이때부터 같이 걷기 시작했다. 나와 상민이형은 항상 앞서서 내려갔는데 심지어 태국인보다도 앞에 있었기 때문에 뒤에는 어떻게 따라오는지도 모를정도였다.


우리는 마을에서 내려오는 도중 학교도 보았다. 이런 산속 깊은 곳에서도 학교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니 너무 귀여웠다.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동물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나의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정말 등산하는 기분이랄까? 아니 행군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라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코스는 힘들지는 않아도 수풀이 우거진 곳을 치워나가며 이동해서 더욱 행군 같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여전히 선두는 나와 상민이형이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어떤 여자분이 우리와 별 차이 없이 뒤따라 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있는데 말이다. 뒤에 사람들과 너무 떨어져 있어서 좀 쉬고 있을 때 물어보니 우리보다 누나였다.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던 민자누나는 놀랍게도 체육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나는 체육선생님 중에서 여자를 본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산을 잘 타셨던 것 같다.

폭포가 있는 물가에서 쉬었다갔는데 이번에도 역시 물에 들어가 놀자고 했다. 그들은 아주 태연하게도 비누로 머리감고 샤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리고는 저 높은 곳에서 다이빙을 하기도 했는데 우리 중에서 저 높이에서 다이빙 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걸어서 몇 시간이 걸렸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목적지까지 다 내려오긴 했나보다. 지나오다가 어느 마을을 지나쳤는데 살이 전혀없는 돼지들이 우리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