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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보이는 여러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박벵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메콩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한번도 이런 건물들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오후 6시로 출발시간이 12시정도였으니까 약 6시간 걸린 셈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시각보다는 빨리 도착했다. 원래는 훨씬 오래 걸릴거라고 각오를 했지만 이렇게 빨리 도착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배는 돌려서 천천히 정박했고, 내일 아침 9시에 다시 출발을 한다고 얘기를 해줬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기에 좁은 슬로우보트는 항상 복잡했다. 우리들의 짐은 엔진이 있었던 배의 맨 뒤에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의 배낭을 가지고 나오려고 해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잠시 뒤에 배낭을 가지려고 들어갔는데 어떤 꼬마가 내 짐을 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괜찮다고 해도 자심이 들고 가겠다고 하는데 이 꼬마는 내 짐을 들어주고 돈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돈을 달라고 해서 싫다고 하니 내가 가지고 있던 쥬스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걸 달라고 했다. 하지만 역시 나는 싫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 도착한 라오스의 마을이었는데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이러한 꼬마 아이들도 다 장난꾸러기 남자 애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냥 당황치 않고 오렌지 쥬스도 조용히 가방에 넣은 뒤 언덕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숙소를 찾으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오르막길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숙소를 이용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나는 얼핏 박벵의 물가가 비싸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슬로우보트를 타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마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곳이 그리 좋지 않았고, 심지어 화장실이 공용이었지만 트윈룸이 고작해야 80밧 밖에 하지 않았다. 방콕에서 가장 싼 도미토리가 100밧(약 3000원)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무척 저렴한 가격이었다.


우리는 짐을 풀고 박벵을 돌아다녔다. 라오스의 지도에도 엄연하게 표시되어 있는 박벵은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그냥 중앙에 길이 하나 있을 뿐이었고 그 길 양쪽으로는 숙소나 식당이 있는 것을 빼고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걸어다녀도 30분은 커녕 10분이면 끝과 끝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시장은 있었다.


시장이 위치한 위쪽에는 집들이 있었는데 실제 살고 있는 집인듯 보였다. 사실 앞쪽에도 있는 곳도 집들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전부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인 것을 생각하면 예전부터 살고 있는 집은 이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걸었는데도 마을의 끝을 와버렸다. 너무 작긴 작은 마을이었다. 박벵에는 전부 슈퍼를 하고 있거나 음식점 혹은 게스트하우스가 대부분이었다. 근데 작은 마을치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아 보였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식당에서는 눈길을 주며 이렇게 말을 건다.

"곤니치와~"

이런...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고요!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니 그러냐면서 웃는데 슬쩍 식사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우리는 괜찮다고 하고 다시 마을을 구경했는데 워작 작은 마을이라서 그 식당을 또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아까 그 아저씨는 우리를 향해 미소를 머금고 외친다.

"곤니치와~"

우리는 강하게 한국인이라고 외쳤는데 아무튼 그럼에도 재미있었던 곳이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우리를 보며 "곤니치와~"라고 말을 걸기는 했지만 말이다.


슈퍼라고 볼 수 없는 이곳에서 너무 오래되어 보이는 과자를 팔고 있었다. 우리에겐 과자는 사치였는데 사실 색깔도 다 벗겨진 프링글스를 사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우리는 아무 식당이나 골라 들어가 밥을 먹었다. 맛은 뭐 괜찮았는데 식사를 마치고보니 경아가 먹었던 쌀국수 안에 벌레가 나온 것이었다. 우리는 주인 아저씨한테 벌레를 보여주니 얼른 버리면서 정말 미안하다면서 계산에서 쌀국수를 제외해줬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아저씨는 주문할 때부터 참 친절하고 좋았다.


밥을 먹고 난 후 또 돌아다녔는데 우리는 멀리서 박벵의 모습을 봤을 때 커다란 집이 궁금해져서 가까이 가봤다. 알고보니 이곳은 다른 곳과는 틀린 현대화된 숙박업소였다. 우리는 단순히 식당인 줄 알았다. 혹시나 싶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300밧은 그냥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차피 우리는 박벵에서 하룻밤만 자고 떠날 몸이었기 때문에 꼭 좋은 곳은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보게 되었는데 라오스의 전통놀이인듯 했다. 우리나라 구슬치기와 비슷한 것 같았는데 커다란 공을 굴려서 맞추거나 하는 식의 게임이었다.

이미 박벵은 다 돌아 본 상태였지만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심심했기 때문에 아까 거리에서 본 꼬치를 사먹으러 갔다. 얼른 달려가서 꼬치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1개에 1000킵이라고 한다. 우리는 곧바로 흥정에 돌입했다. 우리 수중에 잘 쓰이지 않았던 500킵이 있었는데 이 돈을 가지고 3500킵에 4개는 어떠냐고 물었는데 아주머니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애교를 부리면서 졸라댔다.

"커롯 다이버(깎아주세요)."

우리는 흥정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정도를 원치 않는다. 웃으면서 졸라대도 안 되어서 4500킵에 5개를 말하니 잠시 뒤에 꼬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옆에서 우리의 모습을 구경하던 아저씨들도 엄청나게 웃고, 꼬치를 팔았던 아주머니도 웃었다.


우리의 모습이 정말 웃기긴 웃겼나 보다. 결국 우리나라 돈으로 50원 깎으려고 별짓을 다 한셈이었다. 조금 질겼던 꼬치를 입에 물었는데 옆에서 놀고 있었던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술을 권했다. 근데 너무 썼다. 이 때는 잘 몰랐는데 아마 이게 라오스의 전통술인 라오라오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박벵이 너무 좋아졌다. 라오스도 좋아졌다. 지나가는 꼬마 아이들도 너무 예쁘고, 사람들도 너무 순수해 보였다.


라오스의 첫날 밤이 깊어져 갔다. 하늘을 바라보니 둥근 달이 떠있었는데 이 하늘은 딱 라오스의 국기 같았다. 라오스의 국기는 위아래 빨간색 줄과 가운데에는 파란색 줄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커다란 원이 있었다. 이 의미가 바로 메콩강 위에 떠 있는 달이라고 하는데 아마 메콩강과 달을 통해 영원함을 의미했던 것 같다. 메콩강 위에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니 환상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히기에 충분했다.

숙소로 돌아와 맥주와 함께 또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보니 주인 아주머니들이 우리 때문에 잠을 못자는 것 같아서 내일을 기약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침대에 눕자마자 돌아가던 선풍기들이 멈추고, 전부 불이 꺼졌다. 갑자기 암흑으로 변하고 조용해져서 놀랐는데 알고보니 숙소에서 돌리고 있었던 발전기를 끈 것이었다.

박벵은 마을 전체가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고, 우리 숙소도 자체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발전기가 꺼져니 암흑으로 바뀌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데 심지어 화장실도 제대로 제대로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일도 너무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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