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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수도답게 그동안 거쳐왔던 도시들보다 확실히 물가가 비쌌다. 대체로 가격이 1.5배정도 비쌌지만 먹은 것마다 죄다 맛이 없을 정도로 음식점들은 별로였다. 자고 일어나니 다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것은 좋았지만 아침식사로 먹은 국수는 그만큼 정말 별로였다.


라오스의 수도인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쉽다고 생각이 들어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로 했다. 라오스의 수도라고 해서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정말 우리나라의 작은 동네랑 맞먹는 규모였다.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도 충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긴 큰 도시였어도 잘 걸어다녔는데 이렇게 작은 도시는 그저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여행이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현지화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불교가 번성한 라오스답게 곳곳에서 사원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만약 여행 초기였다면 이것도 뭔가 볼거리가 아닐까 싶어서 들어가 봤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젠 사원이라면 지긋지긋할 정도였다. 비엔티안의 최대 볼거리였던 황금사원도 무시하고 지나쳤으니 말 다했다.


우리는 지도를 보며 무작정 걷는건 일상이 되어버린듯 했다. 모르면 무작정 걸어라! 이게 우리식 배낭여행의 진리였다. 그래도 여전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면 뭔가 나올때까지 걸어 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날 다행스럽게 우리에겐 목표가 있었다. 우리는 항상 나라를 넘어가거나 도시를 넘어가면 꼭 가보는 곳이 바로 시장이었다. 시장은 우리에게 최대 볼거리이자 즐거움이 주는 곳이었는데 비엔티안의 최대 시장이었던 '달랏시장'을 찾아서 걷기로 했던 것이다.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이었지만 하늘이 무척이나 푸르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저 똑같은 하늘인데 왜 이렇게 푸르고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내 작은 컴팩트 디카로도 새파란 하늘을 담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분명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너무 멀었다. 이거 지도가 너무 이상하다고 느껴졌는데 사실 이 지도를 보고는 비엔티안의 크기를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어느 곳은 무척 가깝고, 또 어떤 곳은 지도상에는 가깝지만 실제로 걸어보니 너무 멀었다.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걸어서 드디어 달랏시장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전형적인 시장으로 보였다. 수 많은 천막을 보니 시장의 규모가 꽤 커보였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평범한 시장같았다. 어느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동남아 열대 과일들이 보였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과일을 자주 사먹곤 했는데 동남아의 과일은  달콤하거나 시큼한 맛이 특징인 것 같았다.


달랏시장은 정말 라오스 사람 냄새가 느껴지는 아주 좋은 장소였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았고, 그 안에서 현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다 팔다보니 생선 비린내와 독특한 향신료가 나의 코를 자극했다.

각종 먹거리를 팔던 골목은 그만큼 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고기 냄새에 섞여 파리들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물건을 팔다가 외국인이었던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은 어느 시골 마을의 시장처럼 느껴졌다.


비린내를 피해 다른 골목으로 가보니 이게 대체 뭐지? 설마 개구리일까? 아니 개구리치곤 너무 컸다. 내 예상이 맞다면 두꺼비였다. 가만 그러고보니 이거 설마 먹는 것일까?

하긴 말레이시아 기차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가 라오스 여행한 사진과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시장에 고양이과 동물들이 누워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두꺼비도 먹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개구리도 먹지 먹지 않는가. 여기도 두꺼비 먹는가 보다.


아주머니들이 물건을 놓고 파는 모습은 보고 또 봐도 인상적이었다. 많이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물건을 보며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생기가 느껴졌고, 나 역시 그런 모습에 동화되곤 했다. 그래서 난 이런 시장을 좋아하나 보다.


달랏시장은 꽤 컸다. 구석구석 돌아다녀 보겠다는 욕심에 외곽으로 나와보니 여기는 야채를 주로 팔고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풀처럼 보이는 것들이었는데 동남아 요리에 쓰이는 야채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척 꺼려하는 팍치(태국어로 팍치이고, 한국에서는 고수라고 불리는 야채)도 보였다.

나도 여행하기전부터 팍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여행하면서 팍치가 있는지도 모르고 잘 먹고 다녔다. 간혹 팍치범벅 요리가 나오면 먹기는 힘들었지만 일반적으로 조금씩 들어간 팍치는 괜찮았다.


나는 시장이 너무 좋다. 돌아다니고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힘들지라도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는게 즐겁고, 신기한 물건을 구경할 때마다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가난한 여행자라 쇼핑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구경하는건 좋아했다.


이 야채들은 어떤 요리에 쓰일지 궁금해졌다.


유난히 푸른 하늘과 달랏시장이 잘 어울렸다. 달랏시장은 의외로 컸고 골목마다 품목도 정해져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면 생선종류를 팔기도 했고, 어떤 골목은 과일을 팔기도 했다.


라오스에서 비의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는데 한국 드라마도 무척 인기있나 보다. 불법음반, 영화를 버젓이 팔고 있던 곳에는 '마이걸'이 보였다.


더운 날씨에 시장을 돌아다니니 목도 마르고 무언가 먹고 싶어졌다. 솔직히 너무 가난한 상황이라 앞으로 지출 내용을 미리 각하면서 써야 했다. 당시 아마 3명이 합쳐서 60000킵(약 6000원)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돈으로 저녁 때까지 버텨야 했다.

그래도 이왕 시장까지 왔으니 제일 좋아하던 과일 망고스틴을 5000킵에 샀다. 망고스틴은 두꺼운 껍질 속에 하얀 속살이 있는데 이게 정말 달콤했다. 시원하게 먹어본 적이 몇 번 없지만 시원하면 정말 더 맛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망고스틴을 사서 근처 그늘에 앉아 망고스틴을 까먹었다.


어라? 그런데 썩은게 왜 이리 많아? 몇 개 교환을 해달라고 했더니 3개 정도 더 줬다. 확실히 망고스틴은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풀밭에 앉아 망고스틴을 먹으며 다음은 어디로 갈지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