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라오스에게 작별인사를 해야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무척 기억에 남았던 나라였는데 이젠 라오스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 온 것이다. 우리는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교통법규를 위반했는지 경찰에게 걸려서 저렇게 조사를 받고 있었다. 혹시 헬멧을 쓰지 않아서 일까? 그동안 지나쳤던 도시들은 경찰조차 보기 힘들었는데 비엔티안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여러모로 피곤해 보였다.


그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정겨운 곳이 라오스였다.


멀리서 보였던 백화점에 한번 들어가 보았다. 사실 백화점이라는 구색을 갖추기에는 한참 부족해보였지만 그래도 현대화된 건물 모습을 라오스에서 보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멀리 솟아있는 빠뚜싸이가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운동장을 발견했는데 분명 비엔티안에는 종합운동장이 있다고 했지만 지도상의 거리와는 다르게 너무 빨리 도착해서 이곳이 아닌줄 알았다. 운동장의 규모도 워낙 작고 열악해서 국제행사를 할 수 없을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운동이 맞았다. 

가만 라오스의 수도가 이곳이고, 운동장은 여기 하나 뿐이니까 국제 경기가 있다면 이곳에서 한다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그럴것 같았다. 라오스에서 국제경기가 치룬 것을 본적이 없지만 국제경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했다.


비엔티안에 도착해서 처음 봤던 건축물로 라오스 문화 박물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굳게 잠겨있어서 안에는 볼 수 없었다. 실제로 운영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건물 하나는 독특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메콩강을 끼며 낭만적인 식사를 하려 했다. 그런데 낭만을 즐기기에는 우리는 너무 가난했다. 정말 3명의 전재산을 다 털어서 나온 돈은 고작 13500킵이었던 것이었다. 아... 우리  정말 너무 가난하구나! 메콩강 근처에  있는 노점에 가서 밥 3개와 고기 몇 점을 그것도 흥정까지 해서 먹을 수 있었다. 흥정에 성공했다면서 좋아하며 천천히 음미하며 저녁을 먹었다. 생각해보니 저녁 식사도 아니었고, 점심을 굶고 3시간 뒤에 먹은 식사로 낭만이 아니라 참으로 초라했던 저녁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내가 돈을 모아서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14000킵으로 깎았는데 내가 가진 돈은 13500킵이었던 것이었다. 그랬다. 처음부터 13500킵 가지고 있었으면서 나는 14000킵가지고 있다고 판단을 하고 아저씨와 14000킵으로 흥정을 했던 것이었다. 이런 어떡하지?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너무 미안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13500킵밖에 없다고 얘기를 했더니 친절한 아저씨는 괜찮다면서 13500킵만 받았다. "아저씨 너무 감사합니다!" 라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난 후 숙소로 돌아가 대충 씻고, 로비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일본 여행자와 무척 재밌게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참 후 어두워질 무렵 버스가 도착했다는 말에 뛰어나갔다. 거미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던 우울한 방에서의 기억도 잠시 잊고 이젠 활기찬 태국으로 향하는거다!


작은 고물 버스는 비엔티안의 구석구석 돌면서 각 게스트하우스의 손님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태국 국경을 넘어가려는 수 많은 외국인들(사실상 대부분 서양인)이 버스에 가득 차고나니 이제 어디론가 한참을 달리기 시작했다. 외곽으로 가는건 분명했다.

이윽고 국경에 도착했고, 우리는 버스에 내려 출국심사와 태국 입국심사를 했다. 태국 입국심사가 끝나자 나는 "컵쿤캅"이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태국어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눴다. 라오스에서 하도 '컵짜이'라고 했기 때문에 조금은 헷갈릴뻔 했다. 

내가 인사를 하자 뒤에 있던 이탈리아 아저씨가 컵쿤캅이 무슨뜻이냐고 물어봤다. 내가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라고 알려주니 옆에 있던 아줌마도 컵쿤캅을 말하길래 여자는 컵쿤카라고 다시 고쳐서 알려주었다. 잠시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이제 버스가 있는 곳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또 다른 검문소같은 곳이 있었다. 여기는 어딘지 의아해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출국세를 내야 했던 것이었다.

태국과 라오스의 국경에는 우정의 다리가 있는데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비용을 내야했다. 1500킵이었으니까 사실 큰 돈은 아니었는데 500킵까지 털털 털어서 밥을 먹은 까닭에 돈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곤란한 상황에 어쩔쭐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뒤에 있었던 이탈리아 아저씨가 10000킵을 그냥 줬다. 버스에 올라타서 계속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방을 뒤져서 1달러를 찾아 돌려줬다. 사실 안 받으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줬다. 급한 상황에서 받은 돈은 큰돈이 아니었어도 무척 고맙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탔던 버스는 태국의 VIP버스와 같은 형태인 2층 버스였다. 치앙마이 갈 때도 2층버를 탔지만 이번 버스는 그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았다. 다만 에어컨이 너무 빵빵해서 추워 죽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같은 버스를 타도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마다 가격이 틀렸는데 아마 우리가  최저 가격으로 탔던 것 같다.


우정의 다리를 건너 이제 태국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 태국으로 오니 완전 다른 세상이다. 사방에는 밝은 불빛과 수많은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태국의 국경 도시도 분명 작은 도시일텐데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새삼 태국이 얼마나 부국인지 알게 되었다. 


이 버스에는 저녁식사도 포함되어있었는데 간단한 볶음밥뿐이었다. 휴게소에서 내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볶음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 흔한 고기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같이 버스를 탔던 어떤 남자가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런 형편없는 밥은 처음 본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노 포크, 노 치킨, 노 비프, 풀떼기 밖에 없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먹으라는거야?"


나는 배고파서 다 먹긴 먹었지만 솔직히 정말 맛이 없긴 없었다. 버스는 잠시 후 다시 또 방콕으로 달렸다. 새벽에 잠시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 가지고 있던 태국 돈으로 음료수를 사먹었다. 밖에 나와서 밤공기를 들이키니 방콕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에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버스에만 타서 몸은 뻐근했지만 이런 기분은 너무 좋았다.



View 비엔티안-방콕 in a larger map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