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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겁을 주게 되면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이 하는쪽으로 따라가기 마련이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한국에서도 그런데 해외에서는 더욱 그러해야 하는게 맞는 법이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겁을 주니 우린 두고 보자면서 이를 갈기 시작했다. 마치 의협심이라도 솟구치는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태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캄보디아로 들어오자 분위기가 사뭇 틀려졌음을 알게 되었다. 캄보디아의 국기, 그리고 입구에서는 캄보디아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앙코르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캄보디아는 앙코르유적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무비자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였다. 하지만 도착비자가 발급되는 만큼 공항이나, 이렇게 육로로 입국하는 국경지역에서 간단한 비자발급을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고 $20만 내면 즉시 발급이 된다라고 책에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뽀이펫의 입구는 그래도 제법 화려했는데 그 이유는 카지노 때문이라고 한다. 캄보디아의 국경 뽀이펫에서는 거대한 건물과 카지노시설로 들어서 있는데 여기서 몇걸음만 더 가면 완전 폐허와 같아 보였던 땅이 보인다. 이게 캄보디아의 실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캄보디아는 입국사무소와 비자신청하는 곳이 분리가 되어있었다. 따라서 비자신청하러 먼저 갔다가, 몇 걸음 더 가면 입국사무소가 등장한다. 다른 곳처럼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통과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바로 코앞이 비자신청하는 곳인데 여행사 직원이 또 우릴 통제했다. 잠깐 여기서 대기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리니 짜증이 밀려와서 난데없이 왜 여기서 우릴 기다리게 만드냐고 화를 냈다. 그제서야 비자를 신청하러 가라고 길을 비켜줬다.

겨우 비자 신청 사무소까지 도착하여 비자신청서를 작성하고 여권과 함께 $100를 꺼내 주었다. 내가 가장 먼저 비자 신청을 하려고 입구 앞에 있었는데 이들이 나한테 했던 말은 달러는 안 받겠다며 1000밧을 내라는 것이었다. 서서히 불길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1000밧이면 어림잡아도 30달러 정도 되는 돈이다.

기가막혔다. 왜 여행사가 배짱을 부렸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결국 여행사와 비자발급사무소는 한 통속이었던 것이었다. 하하하... 그랬구나! 이거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네? 하지만 난 강하게 항의했다.

무슨 소리냐며 난 태국 돈이 하나도 없고, 미국 달러 밖에 없다고 얘기를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주 단순하게도 1000밧이라는 소리뿐이었다. 계속되는 실랑이가 이어지져도 난 절대 이녀석들에게 굴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끈질기게 1000밧만 요구하는 그들을 어처구니 없게 쳐다보며 나 역시 끈질기게 달러를 외쳤다. 10분간 얘기를 하자 처음에는 태국 밧만 요구하더니 결국 25달러의 미국달러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어처구니 없었다. 왜냐하면 분명 비자발급사무소의 위쪽에는 Tourist Visa가 20달러라고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에는 분명 20달러라고 써 있는데 왜 25달러냐며 항의했다. 그들은 오로지 25달러라는 얘기뿐이었고, 비자를 신청하러 온 우리들 보고 신청하지 않을거면 저리 비키라는 말까지 했다. .

'웃기지 말라고! 우리는 그렇게 순진한 애들이 아니거든?'

뽀이펫 비자발급 사무소 입구를 우리들이 점거한채 계속해서 20달러 밖에 줄 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무시한 채 아예 창문까지 닫아버렸다. 트랜스포머 단체티로 이미 우리들의 정의감은 똘똘 뭉친터라 여기서 물러서질 않았다. 마침 휴대폰을 가져 온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곧바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책을 펼쳐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한국대사관이든 어디든 어떻게 해서라도 연락을 하고 싶었고, 이들의 비리를 꼰지르고 싶었다.

외국에서 전화를 하는 것이고, 대사관이 쉽게 연결이 되지 않아 이곳저곳 전화를 걸며 사건 해결을 해보고자 노력했다. 이들이 문앞에 있는 우리들보고 저리가라고 했지만 오히려 문앞을 점거한채 드러누워있는 형색이었다. 우리가 전화를 걸며 뭔가 얘기를 할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치한지 20분이 경과하고 좀 연륜이 있어보이는 한 남자가 젊은 직원에게 그냥 해줘라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어차피 저녀석들 질긴 놈들이라 돈 절대 안 줄거같아' 라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여권을 달라고 했던 젊은 직원은 20달러에 비자를 발급해 주는 것이 그렇게 못 마땅했는지 비자 스티커를 붙여주고는 휙휙 집어던졌다.
 
그렇게 우리는 경찰에게조차 굴하지 않았다. 실제 경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한쪽 팔에는 국기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Police라고 써있었다. 캄보디아의 공직자가 부패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5달러면 우리나라돈으로 5천원도 안 되는 돈(당시 환율은 900원 정도였다)이었지만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단 돈 100원이라도 절대 주고 싶지 않았다.


힘들게 투쟁한 비자를 들고는 입국 심사대에 오르니 너무도 쉽게 도장을 쾅 찍어주었다.


캄보디아 여행 시작부터 힘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