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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2008 국내신작2

category 끄적끄적 일상다반사 2008. 6. 23. 19:20

그 동안 영화에 대한 새로운 눈이 뜨면서 단편영화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죠. 단편영화의 매력이라면 아무래도 감독의 일상 속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디포럼에서도 단편영화의 모음집인 국내신작을 상영하고 있었는데 저는 국내신작2를 관람했습니다.

국내신작2에서는 5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이 중 관심있게 봤던 영화 3편을 짧막하게 소개합니다.



<네 쌍둥이의 자살>

서로 다른 4명의  여고생이 합창대회를 하던 도중 네 쌍둥이의 자살을 목격하게 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4쌍둥이와 4명의 서로 다른 여고생의 이야기를 패러디와 코믹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똑같지만 다른 4쌍둥이의 똑같아 지고 싶어하는 욕망은 어쩌면 현대 사회의 획일적인 모습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송한나>

조금은 복고풍이 느껴지는 영상과 이야기, 송한나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로 혼자만의 사랑을 품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서툴고 이상합니다.



<125 전승철>

제가 가장 감명깊게 봤던 영화이었습니다. 전승철은 탈북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낯선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무표정한 전승철 그리고 고뇌하는 모습까지 너무도 잘 표현해서 저에게는 가장 와 닿는 영화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감독님께서 직접 주연까지 하셨네요. 뒷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더 가슴이 아파지는 영화였습니다.



곧바로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5분의 감독 중 무려 4분이나 여성 감독님이었다는 것은 쬐금 놀랍네요. 세밀한 감정묘사가 있었던 영화였던 만큼 4분의 여성 감독님을 보면서 조금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가장 관심이 있었던 <125 전승철> 박정범 감독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125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탈북자 전승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처음 알았던 사실인데 탈북자들의 주민등록번호는 125로 시작한답니다. 지금은 바뀌었는데 과거에는 남자는 125, 여자는 225로 시작해서 누구라도 탈북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탈북자들이 일을 하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이를 아는 사람들은 탈북자인 것을 알고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영화 속 주민등록 번호에 등장한 125를 의미한 것이라고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실제 전승철이라는 인물을 같은 학교의 형의 동생이라고 했는데 이 형이 탈북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까이 지내고 있었고, 전승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자 했는데 올해 초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관객들이라 그런지 좋은 질문들이 많이 나오네요.

8분가량을 하나의 씬과 하나의 컷으로 촬영을 했던 <네 쌍둥이의 자살>은 무척이나 놀라웠던 사실이었습니다. 스텝과 배우들이 긴 호흡을 유지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NG가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네 쌍둥이의 자살>, <밀물>, <뭐 때문에 살아>, <송한나>, <125 전승철> 감독님들의 영화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송한나>의 이우정 감독님과 주연 송한나 역의 이채은 씨를 만나봤습니다. 이미 수 많은 질문을 한 까닭에 많은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송한나 역을 맡으신 이채은 씨의 경우 영화에서는 서툴고, 어리숙한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이쁘십니다~ >_<

극 중 송한나가 쓰고 나온 안경이 굉장히 복고풍이었는데 이게 소품이었는지 물어봤더니 실제로 이채은씨가 쓰고 있는 안경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안경을 쓰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완전한 원형의 안경알은 잘 안 쓰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또 하나 영화 중간에 좋아하는 남자애 사물함에다가 자신의 치맛속 사진을 찍어 넣어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감독님은 사랑에 서툰 송한나는 속옷 사진을 보고 남자애가 좋아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재밌는 발상이죠?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사진 별로 안 좋아하지 않냐고 하자 저랑 영화를 같이 봤던 어느 분은 그런 사진 매우 좋다고 하네요.

감독님과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지만 영화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엿보였답니다.


다양한 국내신작들을 보며 진짜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런 단편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기에 인디영화는 더욱 신선하고 매력있는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감독님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글/사진  :  프렌토 2기 김동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