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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에 잠들었는데 우리는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다. 베트남으로 가야 했던 우리들은 천근이 되어버린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워 씻고, 배낭을 쌌다. 문을 열고 나가니 민정누나와 민자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려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모양이다. 원래 마중을 나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나머지 세 사람은 뻗어서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7시에 픽업이 온다고 했는데 정말 7시가 조금 넘자마자 뚝뚝이 도착했다. 조금 늦게 올법도 한데 의외였다. 우리는 작별 인사를 하고 뚝뚝에 올라탔다. 시종일간 싸워서 기억에 더 남았던 캄보디아였는데 이젠 캄보디아도 떠나는구나! 자전거로 달렸던 익숙한 거리를 뚝뚝으로 내달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와 오토바이가 별로 없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주인 아저씨가 뚝뚝에 같이 올라탔다. 캄보디아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여행사를 뿌리치고 이 숙소를 찾아왔을 때 12시가 넘은 상태였다. 온 가족을 다 깨워 숙소에 체크인 하려고 했는데 좀 깎아달라는 말에도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안 된다고 할 때는 굉장히 깐깐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친절했던 아저씨였다. 무뚝뚝하긴 했지만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며, 캄보디아에 다시 오라고 할 정도였다. 이 게스트하우스 가족들 역시 친절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꽤 북적이는 곳이 보였는데 시장 근처인가 보다.


비포장 도로가 나오면서 버스가 늘어서 있는 곳이 나왔다. 설마 이곳이 버스 터미널인가? 버스 터미널이라고 보기에는 그냥 공터에 버스 밖에 없었던 곳에 도착했다. 여기가 씨엠립과 다른 도시 혹은 다른 나라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버스터미널이 맞았다. 제대로 된 터미널의 모습은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라오스처럼 중고버스 못지 않게 좋지 않은지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베트남까지 가는 거리 멀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힘든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뚝뚝에서 내리자 아저씨가 이 버스라고 알려주었다. 우리를 위해 끝까지 따라와 마중나오고 신경 써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작별인사를 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베트남 호치민으로 가는 버스 티켓의 가격은 22달러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21달러에 예약했다. 우리가 이용하게 될 버스는 메콩 익스프레스였다.


이른 아침부터 우리를 깨워 일찍 도착한 것은 좋았으나 출발 시간은 아직도 한참 많이 남아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점은 확실히 다른 버스에 비해 우리가 타는 버스가 조금 좋아 보였다.


멀리서 봤을 때는 허름해 보이는 버스였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태국의 2층버스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괜찮은 버스였다. 무엇보다도 서비스가 최고였다. 비행기 타는 것도 아닌데 승무원도 있었고, 타자마자 물과 샌드위치 그리고 동남아 귤도 줬다. 동남아 귤은 맛이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좀 귀찮을 수도 있는데 이동할 때마다 주요 볼거리가 있으면 안내 방송을 직접 해줬다. 캄보디아 말로 한 번 그리고 영어로 한 번 해줬는데 영어는 알아 듣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냥 책을 외웠다고 해야 할까? 숨을 참고 말을 하듯이 마구 내뱉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동남아시아에서 버스를 탈 때는 항상 TV가 틀어져 있는데 어렸을 때 자주 봤던 '미스터 빈'이 나와서 재밌게 봤다.


조금 달리니 우기 시즌 아니랄까봐 비가 오기도 했다. 버스 안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어서 조금은 춥게 느껴졌다.

이 버스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도착했다. 우리는 버스에 내려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버스를 갈아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프놈펜에서 호치민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했던 것이다. 호치민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도 서비스는 이어졌다. 타자마자 또 물을 줬다. 승무원은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었지만 중간중간에 안내 방송하는 것은 계속 이어졌고, 역시 책 읽는 것보다 더 심한 영어도 똑같았다.


배고플 때가 되니 뭔가 하나씩 나왔다. 쉴새 없이 달리는 버스에서 먹을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최상의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빵까지 주다니 저절로 "감사합니다!"는 말이 나왔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에서는 따로 국경심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오로지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간 후에 알아서 다 해줬다. 그냥 버스에서 여권만 주고 캄보디아 출국할 때 버스에 잠깐 내려서 얼굴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완전 풀서비스가 따로 없었다. 물론 베트남 입국할 때는 잠시 내려서 입국 심사를 했다. 베트남 입국심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베트남 국경을 넘자 또 물 준다. 물론 22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탄 국제버스이긴 했지만 태국이나 라오스에서 탔던 국제버스에 비하면 서비스는 최고였다. 보통은 물 한병 주는 것이 끝이거나 맛 없는 밥이 제공되는 경우가 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할 무렵 또 무언가 줬다. 요구르트맛이었는데 너무 배고파서 얼른 먹었다. 버스 시설도 이만하면 좋았고, 서비스 때문에 특히 더 좋았던 캄보디아 버스였다. 이제는 베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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