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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친구 코리나를 만났다. 역시 2006년도 자원봉사를 할 당시에 우리를 도와줬던 멤버였는데 역시나 나를 잊지 않고 달려와줬다. 세부에 있다가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너무나 기뻐서 폴짝폴짝 뛰며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폴짝폴짝 뛰었다. 너무 늦게 왔다고 핀잔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말이 오고 갔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에 축제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세부의 축제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올랑고의 축제였다.

이미 금요일부터 시작했었다며 전날 춤추었던 얘기를 털어 놓는데 완전 신나보였다.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가야하는데 이 곳은 원래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다. 원래 트라이시클이라고 해서 오토바이를 개조한 것과 그냥 오토바이를 잡아 타야 하는데 밤이라서 더더욱 어려웠다. 나와 코리나 그리고 코리나 식구들까지해서 무려 5명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마땅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친척집으로 향했고 트라이시클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이 곳에서는 대부분 한집 건너면 다 친척이었는데 그렇다고 돈을 안 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쉬고 있던 아저씨를 불러내서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갔다.


성당의 넓은 공터를 이용해 무대를 만들어 놓고 '노래 대회'를 하고 있었다. 다만 노래를 부르기 전에 워낙 서론이 길어서 나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주변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 와중에 근처에서 맥주와 과자를 사들고 마셨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유명한 산미겔 맥주다. 이 곳에서는 냉장고가 흔한게 아니였고, 냉장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 시원하지가 않다. 올랑고뿐만 아니라 세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물론 대형 백화점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긴 하다.

대회 자체는 'Singing Competition'이었지만 초반의 팀들은 댄스경연이었다. 2년전 필리핀에 와서 놀랐던 것은 바로 필리핀 사람들이 노래와 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즐길 줄 안다는 것이었다. 당시 크리스마스 시기였기 때문에 매일 매일 마을이 떠나가라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맥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필리피노(필리핀 사람을 뜻함)의 성향이 대부분 놀기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날씨는 더운데 왜 저렇게 긴팔 옷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
어쩌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었다.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이나 이런 곳에서 무대에 나갔던 아이들이 떠오를 정도로 오랜 기억 속의 모습이 겹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고등학생들이 많긴 했다. 코리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축제였고 이들은 이걸 즐기고 있었기에 나 역시 즐기는 자세로 관람을 했다.

이 때 처음으로 'Low'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필리핀에 있는 3개월동안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당시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노래였는데 어딜 가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댄스를 보고 있다가 순간 이상한 느낌의 팀들이 등장 했다. 내가 게이냐고 묻냐 맞다고 알려줬다. 필리핀은 게이가 꽤나 많다. 그래서인지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도 없고, 그냥 게이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이들의 춤이 어딘지 모르게 섹시함을 연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 보고있던 수 많은 사람들도 그들의 허리를 비틀면서 추는 춤을 보고 폭소가 터져나왔고, 심사위원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곧이어서 진짜 노래경연대회가 시작되었다. 익히 필리핀 사람들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열악한 시설에서 내뿜는 가창력에 나도 흠뻑빠졌다.



마지막에 알라딘의 주제곡을 불렀던 꼬마 아이 무척 귀여웠다. 다만 무대와 너무 거리가 멀어서 엄청 흔들렸다.

노래경연대회가 끝나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회자는 열심히 뭔가를 얘기했고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하지만 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이어지는 까닭에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지고 하품이 계속 나왔다. 피곤하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졸리다고했고 우리는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