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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정말 가난한 마을이다. 패스트푸드는 물론이고, 시원한 음료수 먹기도 그리 쉽지 않다. 밥을 지어 먹을 때도 가스레인지나 전기가 아닌 나무 장작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마을을 지나다닐 때마다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 변할 것 같았던 이 곳의 모습은 2년 전에 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자원봉사 했을 당시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더 보게 되었다. 세부도 도시의 유명세에 비하면 그리 깨끗하지도 못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는 그보다도 더 하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한번도 이 섬에서 나가본 적이 없다고 하기도 했고, 필리핀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점인 졸리비의 맛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하기도 했다. 나도 필리핀에 있을 당시에는 집에서 용돈 받아서 쓰는 입장이어서 가난한 상황이었지만 그 1500원짜리 햄버거도 못 먹어봤다는 사실에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온 동네 이름 모를 개와 닭들이 돌아다닌다. 필리핀에서는 특히 닭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는 닭싸움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닭싸움은 놀이이자 게임이자 도박일 수 있는데 막상 관람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닭싸움을 하면 다리 부분에 칼을 달고 싸우게 되는데 이럴 경우 지는 닭은 대부분 죽기 직전까지가며 이 닭은 사람이 먹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돌아다니는데 아저씨들이 닭을 어루 만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나에게 닭싸움을 보여준다고 했다.



연습으로 싸우는 것인데 끝나자마자 닭을 어루만지는게 애완동물 같다. 그만큼 닭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물론 여기 닭들은 전부 싸움닭이었기 때문에 목적은 닭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집집마다 닭이 있어서 그런지 이 곳의 아침은 닭 울음소리가 하루 종일 그치지 않는다. 특히 새벽에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2년 전 자원봉사를 하며 이 곳을 하루에도 수십번 지나다녔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먼 기억속 추억을 되새겼다. 익숙해진 거리를 바라보며, 또는 나를 알아보는 꼬마 아이들을 만나며 돌아다녔다.


작은 통통배에 몸을 싣고 다시 세부로 돌아갈 갈 때 다양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세부까지는 꽤 멀었는데 지프니를 몇 번 갈아타고 기숙사에 도착해서는 그대로 뻗었다. 학원의 다른 사람들은 이미 한번 모인탓에 친해졌나본데 아마 나는 첫 주 금요일에 수업 끝나자마자 나갔기 때문에 존재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난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무려 6시간이나 죽은 듯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