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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friends

category 지난 여행기/다시 찾은 세부, 그리고 올랑고 2009. 8. 19. 19:19

* 이야기는 2006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2008년에 개인적으로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해외 자원봉사를 했던 곳을 다시 가면 어떤 기분일까?'

어김 없이 주말이 되자 올랑고로 향했다.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인이었던 승연이가 자기도 너무 가보고 싶다며 졸라대서같이 가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말을 거의 못하고 오로지 듣기만 가능했던 신기한 아이였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발음이 안 되서말하지도 못했던 아이였다.

"자~ 따라해봐. 강.승.연"
"간순녕"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을 90%가량 알아들을 수 있어서 의사소통에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아주 신기했던 아이였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국말을 다 알아듣는데 왜 말은 못하냐며 놀리곤 했다.

어쨋든 통칭 '바보'와 함께 올랑고로 갔다. 고등학교에 먼저 가서 코리나에게 지지난주에 찍은 사진을 전해줬다. 내가 필리핀에 있는 동안에 디카로 찍은 사진을 틈틈히 현상해서 전해주곤 했다.


우리들이 2006년 자원봉사로 이 곳을 다녀간 이후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갔던 것 같다. 푸 초등학교에 벽면에유난히 눈에 띄는 그림이 보였다. Yesia라는 단체에서 온 것이라고 티나에게 들었는데 어린 학생들 위주로 왔었다고 했다.기록한 날짜를 살펴보니 2009년 8월 21일이었다. 내가 필리핀에 조금만 더 일찍 왔었다면 이들과도 만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에 기록한 그림과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We are friends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지만 승연이는 새로운 곳을 왔다는것 때문인지 무척 좋아했다.


Children Center의 모습은 나에게 가장 가슴벅차오르게 만들었다. 허름하던 건물을 우리가 페인트칠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색이 조금 바래진 글씨와 그림들은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2006년 12월 우리가 여기에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는듯 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여기서 베이스캠프에서 떠들고 덥다고 투정도 부리고 장난도치고 그랬을까? 칠판에 써있는 글씨를 보고있으니 불과 몇 주전에 여기서 지내고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듯 했다.



사실 이 곳으로 친구를 데리고 와도 보여줄 것은 많이 없었다. Children Center와 베이스캠프를 둘러보고 농구코트로 왔는데 때마침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놀고 있던 아이들 당연히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놀기 시작했는데 어째 승연이가 더 신나보였다.


폴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첩을 보여줬는데 2006년도 사진은 물론 2007년도에 우리 멤버였던 형이 와서 함께 지냈던 사진과 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진첩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폴은 항상 미정이와 상협이형의 소식을 묻곤 했다. 역시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더 찾고 있었다.


06년도에 우리가 강두닮았다고 강두불렀던 아이를 다시 만났다. 장난끼 가득한 아이들이었는데 의외로 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강두 머리가 좋은데?


여기 어린 아이들은 사진 찍히는걸 너무나 좋아한다. 사진을 찍고나면 어떻게 찍혔는지 궁금하다면서 보여달라곤 한다.

티나에게 문자를 보내자 지금은 캠프에 와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그쪽으로 갔는데 승연이가 오토바이를 처음 타는 것처럼 너무 신나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하니까 소풍이나 운동회하는듯 천막이 보이고, 음료를 파는 아줌마도 보였다.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 물어 티나네 학교를 찾아냈다. 여기 캠프는 전날부터 진행되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전날에는 캠프파이어도 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때 가던 수련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2년전부터 알아봤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내가 유난히 이쁘다고 했던 메리로즈도 있었다. 여자들의 옷이 무척이나 독특해서 이게 무슨 옷이냐고 물어보니까 걸스카웃이라고 한다. 아~ 필리핀에도 걸스카웃이 있구나.

메리로즈는 내 생일도 정확히 기억한다며 말해주기도 했는데 아이들의 기억속에 내가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한 눈에 봐도 개구쟁이들로 가득한 아이들이었는데 갑자기 폴이 생각났다. 다 캠프에 갔는데 폴은 왜 안 갔냐고 물어봤을 때 폴의 어머니가 돈이 없어서 못 보냈다고 했었다. 사실 그렇게 많은 돈이 들것 같지 않은데 아이들이 어울리는 캠프에 못 갔다는 이야기에 많이 안타까웠다.


마지막 순서로 아이들에게 선물로 줄 사탕과 과자를 포장하고 있던 티나와 선생님들


이 날 승연이가 필리핀에서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돌아가기로 했다. 티나는 우리가 잘 갈 수 있도록 트라이시클을 잡아줬다.


보여줄건 별로 없었지만 승연이는 그래도 좋아했다. 원래 얘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새로운 곳을 가봤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듯 하다. 막탄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타니 너무 허기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탄에 내리자마자 전에 티나와 먹었던 식당으로 갔다.


식욕을 돋구는 바베큐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식당도 깔끔하고 백화점의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내리는 비에 흠짓 놀랐다. 동남아 아니랄까봐 잠깐 내리는 비가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금세 불어난 물이 도로를 가득 메웠고, 번개가 번쩍번쩍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식당에서 밥을 먹기 시작할 때 비가오기 시작해서 밥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비가 그쳤다.


갑자기 바베큐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