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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는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닭이 될테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거미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이 닭과 거미일텐데 여기는 무지 좋아한다. 아주 특별한 종으로 생각하기까지 하는데 이게 무슨 숭배라서 그런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거미와 닭은 필리핀에서는 싸움을 시키며 놀 수 있는 하나의 놀이 수단인 셈이다. 특히 닭싸움은 우리가 경마를 즐기는 수준으로 동네 사람들이 전부 모여서 닭싸움을 구경한다. 그래서인지 집집마다 개보다는 닭을 기르고, 애완동물처럼 틈틈히 먹이도 주고, 쓰다듬어 줄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닭을 키운다면 데리고 놀 수 있겠지만 닭싸움이라는게 보통 어른들의 놀이다보니 아이들은 다른 놀문화가 있다. 그건 바로 거미를 데리고 노는 것인데 일반적인 사람들은 거미만 보면 기겁을 할 정도로 싫어하니 여기 아이들은 참 신기했다.

거미를 데리고 노는 것은 간단하다. 나무젓가락처럼 짧은 막대기를 이용해서 거미 두마리를 올려다놓으면 알아서 싸우는데 사실 관전하는 재미는 별로 없다. 오히려 보고 있으면 지루하기까지 하다. 거미를 올려놓으면 손을 타고 올라오기도 하고, 지들끼리 싸우다가 떨어지기 일수이니 긴장감 넘치는 닭싸움과는 많이 비교가 된다.

거미 싸움을 하는 것을 2006년에도 알았는데 이번에 걷다가 아주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아주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병아리, 강아지를 팔던 것처럼 바로 거미를 팔고 있었던 것이었다. 성냥갑같은 곳에다가 거미를 팔고 있던 아줌마는 아이들에게 거미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걸 하나 집어서 샀다. 거미가 무서울건 없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가까이할 이유는 없는 나로써는 기겁을 했다.

그 옆에서는 아이들이 아주 즐겁게 거미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필리핀에서는 강아지보다 닭이나 거미가 훨씬 인기가 많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