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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2006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2008년에 개인적으로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세부로 돌아가기 위해 부두로 왔다. 배는 이제 막 출발한 시점이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른색 바다와 또 푸른색 하늘이 어우러지는 이 곳은 역시 필리핀의 바다였다.


이 날 내가 바라본 하늘과 바다는 미칠듯 아름다웠다. 떠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배를 4명이서 타고는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맡긴 듯 했다.


올랑고의 부둣가는 바닷물이 빠져나갔을 때는 저 멀리까지 바닥을 드러내곤 하는데 이른 오전이어서 그런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저 작은 배에 노 하나만 가지고 무려 6명이나 타고 있었다. 캠코더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알아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영화속 한장면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은 물에 빠져서 수영을 하기도 하고, 낚시줄을 엮어서 낚시를 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물고기는 잡혔다. 그것도 아주 빨리 잡았는데 낚시줄을 집어넣자마자 빼내어도 잡히는 그런 수준이었다.


내가 바라본 이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흩어져있는 구름은 물론이고, 찰랑거리는 초록빛 바다는 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줬다.


부둣가에는 한적함이 감돌고 있었고, 트라이시클 기사들도 날이 더워서인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 밖에 나와있는건 물속에서 뛰놀고 있던 이름 모르는 아이들 뿐이었다.


문득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닥을 봤는데 세상에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그래봐야 쬐끄만한 것들이었지만 철새떼처럼 바다에서 이리 저리 다니는 물고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림같은 풍경 속에서 유유히 노를 저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내가 그림 속 한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여기는 올랑고, 나는 이런 소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2년만에 다시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