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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로 돌아오자 나는 정말 미칠듯이 아팠다. 하루종일 쓰러질 듯한 고열로 혹시 나 말라리아라도 걸린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약을 먹고 한참을 자서 조금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또 고열과 통증이 밀려왔다. 다행히 학원 동생이 준 다른 약을 먹고 나서 많이 괜찮아 졌다. 그 날은 물론 그 다음 날까지 나는 거의 죽은 듯이 잠만 잤다.

세부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학원 생활을 같이 했던 장우형이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장소는 민다나오 지역의 카미긴이었다. 카미긴은 그리 친숙한 여행지가 아니긴 했지만 이미 필리핀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소문이 났던 그런 곳이었다.

여행하려던 날짜가 다가오자 몸은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왔고, 저녁 7시쯤 항구로 갔다. 장우형이 미리 배표를 끊어 놓기는 했지만 사실 미리 예매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너무 일찍 온 탓에 우리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8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배에 올라탈 수 있었다.


카미긴까지 가는 배삯은 무려 1000페소(약 3만원)으로 무척 비싸게 느껴졌다. 이미 동남아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본 나로써는 이정도 가격이면 다른 동남아권에서는 국제 버스보다도 더 비싸다고 느꼈다. 왕복도 아니고 편도였으니 오며 가며 교통비만 2000페소가 들었다.


그렇다고 배가 딱히 좋은 것도 아니었다. 배는 사람을 싣는 목적보다도 화물이 주 목적인지 짐칸이 훨씬 컸다. 배도 그리 커보이지 않고, 좋아보이지도 않아 앞으로 12시간의 항해가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어쨋든 카미긴으로 출발!


우리는 침대칸을 선택했는데 예상대로 그냥 그랬다. 배도 상당히 오래된거 같아 보였기에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그냥 여러 침대가 덩그러니 놓여져있을 뿐이었다. 뭐 그래도 밤 8시에 출발해서 아침 8시에 도착하니까 12시간이 길지 않을 정도로 잠만 자면 된다.


세부야 안녕~

출렁이는 파도와 함께 잠을 자는 듯 마는 듯 겨우 겨우 잠이 들었다. 다행히 잠이 들은 뒤에는 아주 정신을 놓은 것처럼 잠을 잤다.


아침이 되었고, 서둘러서 밖을 내다봤다. 지난 밤에는 어두컴컴한 바다 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섬 하나가 멀리서 보였다. 그것도 구름에 대부분이 가려서 살짝 살짝 보였는데 저기가 바로 카미긴이었던 것이었다.

구름 속에 가려진 풍경에 이 섬이 너무나도 신비롭게 느껴졌다.




이른 아침 배에서 바라본 하늘의 구름은 정말 멋졌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카미긴, 배에서 볼 때는 금방 갈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구름도 살짝 걷히자 카미긴의 정체가 드러났다.




카미긴에 거의 다 왔다고 느껴졌다. 세부에서 엄청 멀리 떨어진 그런 바다에 온 까닭에 때묻지 않은 곳이라 금세 느낄 수 있었다. 바다 자체도 엄청 맑았다.


구름이 하늘에 떠있는지 산 위에 걸쳐있는지 모를 정도로 여전히 카미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마을로 보이는 듯한 건물들이 조금씩 들어났고, 여기가 얼마나 작은 곳인지 실감하게 해주었다. 내가 알기로는 제대로된 항구조차 없다고 한다.


참 간단한 부두였다.


이제 도착했으니 배가 정박해서 내리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왠걸 배가 도무지 부두에 대질 못하는 것이었다. 밧줄을 던지고 묶고, 또 던지고 이러기를 무려 1시간. 지친다 지쳐 카미긴에 다 왔는데 내리질 못하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선장님 저희 좀 내려주세요!


정말 1시간이 넘게 씨름을 한 끝에 카미긴에 발을 내딛을 수가 있었다. 내리자마자 신기하게 생긴 교통수단에 휘둥그레졌는데 마중나와있던 캐서린에게 물어보니 트라이시클이라고 했다. 그런데 카미긴에서는 트라이시클이라고 부르지 않고 '웰라'라고 부른다고 했다. 기존의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 옆에 탈 수 있는 공간을 붙이는 그런 식이었는데 웰라는 생긴게 완전 자동차였다. 물론 내부는 오토바이 한 대로 끌고 간다.


오토바이였지만 오토바이가 아닌 웰라 참 신기하게 생겼다.

신비롭게 느껴진 카미긴 과연 이 곳은 어떤 곳일까? 웰라를 잡아타고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