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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카미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캐서린은 장우형의 친구의 친구였던 필리피노로 현재 카미긴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다. 1박 2일동안 카미긴에 머무는동안 캐서린의 안내 덕분에 아주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현지인의 도움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웰라를 하루 빌려서 카미긴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하루 빌리는 값은 무려 1000페소, 하지만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 타고 다녔다.


카미긴의 시내는 정말로 작았다. 여기가 시내일까? 라고 물어봤는데 여기가 시내 맞다고 한다. 확실히 무척 작은 시골 동네라는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나의 취향과 딱 맞아 보였다. 우리는 아침밥을 먹은 뒤 쉴틈도 없이 주요 관광지를 보러 떠났다.


트라이시클보다는 웰라가 조금 더 그럴듯한 모양이라서 그런지 흡사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오토바이, 달리는 내내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웰라를 타고 카미긴의 모습을 바라봤는데 세부와는 다른 풍경에 신이 났다. 소박해보이지만 전혀 혼돈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필리핀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마침 딱 맞아 떨어졌다. 우리의 일정은 웰라를 타고 카미긴 섬 전체를 한바퀴 도는 것이었다. 물론 카미긴이 작은 섬이긴 했지만 주요 관광지도 둘러보면서 한 바퀴를 도는 것이기 때문에 꽤나 오래 걸렸다.


구불 구불 오르막길을 오르기도 했고, 숲 속도 달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 옆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는 한 눈에 봐도 무척 깨끗해 보였다. 얼른 바닷가가 가고 싶어졌다.


바닷가를 끼고 한참을 달리니 거대한 십자가가 나타났다. 굉장히 독특한 조형물로 오~ 정말 신기했다. 바다 위에 떠 있던 십자가는 예전에 카미긴의 화산 폭발 때 수장되었던 묘지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카미긴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 중 하나인 이 곳의 이름은 Sunken cemetery였다.


우리는 이 곳을 가기 위해 밑으로 내려오니 관광객들을 옮겨주는 보트들이 대기 하고 있었다. 거대한 십자가까지 줄로 연결이 되어있는데 이동하는 비용은 1일인당 10페소였다. 무척이나 깨끗한 초록빛 바다를 보니 괜히 가슴이 설렜다.



작은 배를 타고 십자가가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이 배 조금만 출렁거리면 뒤집힐 것 같았다. 워낙 작은 배이기도 하고, 물의 높이와 배의 높이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물에 뜬다는 느낌보다는 가라앉아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미긴의 매력이라면 아직까지 때묻지 않은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관광지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깨끗한 바다와 자연을 가지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바다의 색깔이 초록색 빛을 띄었다.


관광객들을 태운 배는 이렇게 줄을 잡고 왔다 갔다했다. 근데 왜 우리 배는 노를 저어서 왔을까? 


이 곳은 뭐니 뭐니해도 이 커다란 십자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좋았다. 다만 각도가 나오지 않아서 애를 먹이긴 했지만 이 곳 현지 사람들은 어떻게 찍어야지 이 십자가가 전부 나올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쪽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찍으면 이 십자가 전체를 다 담을 수 있었다.


이 곳에서 각도만 잘 맞추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물론 찍으려면 꽤나 몸을 구부려야 한다.


신비로운 카미긴에서 처음으로 가본 관광지였는데 사실 별거 없다고 하면 별거 없었다. 그래도 바다 위에 떠 있는 십자가라니 굉장히 독특했다. 그리고 초록빛 바다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