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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계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고 난 후 계속  텐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빛에 쉴 곳도 없었고, 밤에는 추위의 고통에 몸부림을 쳐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태워주던 사람들은 다른 캐러반파크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사를 가는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우리가 있었던 캐러반파크에도 캐빈(캐러반 파크에 있는 주거형태)이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어차피 이 근처 모든 캐러반파크에 남는 캐빈이 없었지만 우선 다른 쪽으로 이사를 간 다음에 그 곳에서 방이 비는 것을 기다리는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일이 끝나고 우리를 태워다 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워낙 짐도 많았기 때문에 차가 없이는 도저히 이사를 할 수 없었다. 어쨋든 이사를 한 다음에 곧바로 텐트를 사러 갔다. 전에 쓰던 텐트는 우리가 빌렸던 텐트라서 그곳에 놓고 오고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텐트를 사야 했다. 그래도 좋아졌던 점은 우리가 이사한 카마루카 캐러반파크는 세인트조지 중심부에 있었기 때문에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한결 수월했었다. 텐트와 침낭을 사는데 호주에서는 시골 마을일수록 물가가 더 비싸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4인용짜리 텐트를 무지 비싸게주고 샀던 기억이 난다.


텐트를 사와서 뚝딱뚝딱 만드니 조금은 허전해 보이는 우리의 안식처가 만들어졌다. 4인용텐트였지만 확실히 작긴 작았다. 대충 가방과 식재료들을 놓고 나니 딱 2명이 잘 공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쪽 캐러반파크에 오니 텐트치고 생활하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우리가 더 불쌍해보이기도 했다. 군대에서야 워낙 텐트 생활을 많이 해봤다고는 하지만 호주에서 이렇게 텐트 생활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텐트만 치고 생활하면 그래도 가격이 저렴하다는거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새로 이사한 이 캐러반파크는 규모면에서는 더 작은편이었지만 그래도 시설은 더 좋았다. 화장실과 샤워장도 더 깔끔하고 캐빈도 훨씬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을 중심부에 있어서 장을 보러가기가 편했다.


이제 호주라는 땅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 우여곡절은 참 많았지만 어쨋든 난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었다.

저녁으로 맛있는 김치볶음밥도 해먹고, 다음 날 도시락을 싸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우리 텐트 주변에 자리잡고 있던 캐러반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호주 사람들은 여가라는 개념이 별게 없었다. 그냥 캐러반 끌고 어떤 마을에 와서 주구장창 머물며 지낸다. 마치 여기가 자신의 집인거마냥 강아지랑 산책하고, 책보고 그러다가 나와 마주치면 인사 한번 건내고 그게 전부였다.

밤이 되자 다시 쌀쌀해졌다. 얼마나 대책없이 갔는지 알턱이 없던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제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확실히 여기서 많은 돈을 벌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워킹홀리데이로 왔던 사람들이 초기에 실패를 하는 것에 비하면 나는 비교적 잘 풀린 케이스였던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이제 집에 손을 벌리지 않고 생활이 가능했다는 것에 내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진행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