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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똑같은 일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 텐트에서 잠이 드는 과정이 반복이 되는 동안 몸은 확실히 적응을 해나갔다. 초기에는 일을 잘 못해서 큰 돈을 만지지는 못했지만 내 손으로 벌었던 돈이 통장으로 들어왔고, 이제는 완전히 집에서 손을 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이 곳에서는 주 7일 일하는 혹독한 곳이었지만 실제로 주 7일 계속 일 했던 적은 많지 않았다. 12월이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박싱데이(26일) 때 쉬었고, 1월 1일은 뉴이어스데이로 역시 쉬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휴일이 지난 후에는 쉬는 날이 너무 없어서 제발 비 좀 오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기도 했었다. 역시 휴일 없이 일을 한다는건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예상보다 1시간정도 일찍 일이 끝났다. 일을 못하면 돈을 못 벌지만 쉬는 날이라는 생각에 마냥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일이 끝나고 나면 항상 냉장고에서 시원한 콜라를 들이키는 것을 낙으로 여겼다. 땡볕에 있는 텐트 안에 들어갈 수는 없기에 그늘진 곳에 앉아서 콜라 한잔하며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 해외를 나오면 느끼는거지만 세상에 콜라만큼 맛있는 음료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내가 더운 나라만 다녀서 그런지 목이 타들어갈 듯 갈증날 때는 콜라의 단 맛이 배가 되는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여기서는 딱히 할 것이 없었다. 그냥 쉬는 날이었다.


세인트조지의 중심부였지만 정말 한산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크리스마스 이브여도 딱히 다르게 보이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와 박싱데이 이틀 연속으로 쉬기 때문에 장을 보러 갔다. 이때까지도 요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쌀, 햄, 참치 이런 종류만 샀다. 가끔 과일이 먹고 싶을 때면 수박 한 덩어리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근데 우리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사면 살 수록 짐이 된다. 가까운 거리이긴 했지만 들고 오는데는 꽤 오래 걸리는 시간이었다. 걸어오면서 뭔가 허전해서인지 맥주도 한 팩(6병)도 샀다.


크리스마스라서 한산한게 아니라 원래 한산한 세인트조지의 중심부이다.

크리스마스에도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우리가 있었던 캐러반파크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었다. 떡하니 중심부에 텐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있으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같이 술도 마시며 휴일을 보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내 생일이었다. 2006년도에 필리핀 이후 해외에서 보내는 나의 두번 째 생일이었지만 그 특별할 것 같은 날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