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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로 떠나는 날이 오자 기분이 너무 너무 좋았다. 일을 못한다는 두려움보다는 이 곳에서 탈출한다는 기쁨이 더 컸다는 얘기다. 마침 내가 떠나던 날 컨츄렉터 제이를 비롯해서 나머지 사람들은 로빈베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뭐 나야 상관 없는 일이긴 했다. 로빈베일로 떠나는 것도 워낙 갑작스럽게 결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긴 했다.

이른 아침 정신 없이 준비를 하고 제이는 나를 메닌디역까지 태워다 줬다. 베트남인이었던 제이는 성격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시 한번 컨츄렉터 밑에서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제이는 어쨋든 즐거운 여행하라는 짤막한 인사 뒤에 휙 가버렸다.


돌아서서 메닌디역을 보자마자 웃기만 했다. 역이라고 보기도 좀 힘들어 보이는 그런 아담한 사이즈에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기차는 9시 반 출발인데 나는 8시에 도착했으니 완전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냥 기다려도 미칠거 같은데 파리떼의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여길 얼른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짐을 싸면 이렇게나 많았다. 그나마 메닌디를 떠날 때 정말 많은 것들을 버리고 왔었는데 각종 식재료를 비롯해서 세인트조지에서 샀던 텐트랑 버너까지 버릴 때는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 불편한 캐리어를 볼 때마다 꼭 돈 많이 모아서 배낭을 사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역에는 아무런 관리자가 없는 듯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지루했다.


호주에서의 교통시스템은 항상 이렇다. 대부분 예매를 하면 종이의 형태로 나오고 GST(세금의 일종)을 포함해서 지불하게 된다.


메닌디에서 시드니까지 가는 시간은 12시간으로 나와있었고, 가격은 87불정도였다. 하지만 이 가격은 항상 변동이 되니 정확하게 얼마다라는 기준은 없었다. 그리고 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작은 마을은 교통편이 좋지 않다. 이 기차의 경우도 일주일에 한 편이 있었다. 대부분 작은 마을을 거쳐 거쳐 이동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버스의 경우도 예매를 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친다.


파리떼의 공격에 지쳐간다. 얼른 기차타고 시드니로 가고 싶었다.


9시가 조금 넘자 사람들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시드니로 향하는 대가족으로 보였는데 정확히는 알 수가 없었다.


9시 반이 되자 나타난 기차를 보고 난 엄청 웃었다. 평소 기차 이미지는 길다인데 이건 뭐 꼬마 기차도 아니고 딱 2칸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아담함에 놀라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기차가 역 내로 진입한다.


낑낑거리며 내 짐을 들고는 기차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볼 때도 아담했지만 안에 들어오니 더 아담했다. 기차가 2칸인데 그나마 뒤쪽 칸은 식당칸이었다. 그리고 원래 내 자리의 맞은편에는 사람이 있었는데 승무원이 오더니 다른 자리로 이동하라고 했다. 어차피 자리도 많이 남아 도는데 불편하게 앉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작은 기차였는데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시드니까지 가는 동안 이 인원은 거의 유지되었다.


파리의 공격에 항상 시달렸던 메닌디를 떠나니 완전 감격스러웠다. 더이상 파리는 없었다.


덜컹거리는 기차는 시드니로 향하고 있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기차를 타고 다닌적이 많아서인지 이런 기분이 무척 익숙했다. 시드니까지 12시간 남았다는 사실에 조금 암울하긴 했지만 뭐~ 그정도야 우스웠다. 밖은 무척 더워보였지만 그래도 기차 안은  에어컨 바람에 약간 쌀쌀하다 싶을 정도의 온도였다.



너무나 배고프다는 생각에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사먹었는데 식사 시간이 되면 뭔가 주문을 받으러 오는 것이었다. 괜히 먹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녁 때 이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 때가 되자 안내 방송으로 주문을 받겠다는 말이 왔다. 그러면 승무원에게 무얼 먹을지 말하면 되고, 음식이 완성되었다는 방송이 나오면 식당칸으로 가서 돈을 내고 받아오면 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나는 치킨과 함께 딸려 나오는 밥을 시켰다. 아마 콜라까지 합쳐서 10불이 넘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돈이 없었을 때는 손을 덜덜 떨면서 못 먹었겠지만 이 때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그렇다고 돈을 펑펑 쓸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긴 했다. 비싼거치고는 맛은 그닥 없었다.




얼마나 갔을까? 저녁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초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더이상 황무지땅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지루함이 계속되는 여정이 지속되었다.


티켓에 시드니까지 저녁 9시 반에 도착한다고 써있었지만 그 시간을 넘어 1시간 뒤에야 도착을 했다. 처음 밟은 시드니 땅이기에 완전 낯설기만 한데 이런 어두컴컴한 밤에 도착하니 완전 암울했다. 우선 시드니 센트럴에 도착한 후 방향 감각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며 거리를 걸었다.

걸으면서 주변을 바라본 시드니의 첫 느낌은 영화속의 으슥한 뒷골목 같았다. 뉴욕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항상 나왔던 뉴욕의 뒷골목 같다고 해야 할까?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백팩을 찾아 이리 저리 해맸는데 시드니 센트럴 주변의 백팩은 전부 다 찼다. 완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돌아다닌 보람도 없이 4~5군데가 전부 방이 없었다. 시드니에서의 첫 날 이대로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이렇게 들고다니는 짐이 어찌나 미워보였는지 확 집어 던지고 싶었다. 게다가 길을 몰라서 이리 저리 헤매다 보니 계속 왔던 길을 반복해서 걷고 있었다.

조지 스트리트를 갔다가 다시 센트럴쪽으로 돌아왔다가 이 번에는 피트 스트리트쪽으로 올라가봤다. 순전히 감만 믿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다행히 백팩이 보였다. 24시간 운영하는 것으로 보여 안에 들어가서 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남아 있다고 했다. 가격은 6인실이 27불, 4인실이 29불로 비싼편이었다. 나는 조금 비싸더라도 4인실로 선택을 했다.

방에 들어가니 어두컴컴한게 다들 자나보다. 무리도 아니다. 방에 들어간 시간이 1시 가까웠으니 체크인하는 시간이 늦긴 했다. 내가 조용히 짐을 풀어헤치자 누군가 인사를 건냈고 먼저 불을 켜주었다. 미안한 마음에 금방 끝낸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 이 3명은 친구인듯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밑으로 내려가 인터넷을 잠깐 한 후에 올라와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백팩에서 잠을 청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오랫만에 온 것 같은 도시에서의 불빛과 공기가 낯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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