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사실 골드코스트에는 1주일 정도만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났고 차도 구입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만약 돈이라도 좀 여유있게 있었다면 아무 곳이나 휙~ 하고 가버렸을지도 모르지만 호주에서 생활해본 경험에 의하면 쉽게 움직이다간 파산하기 정말 쉽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정보도 얻어보고, 전화도 돌려보고 하기를 2주 째 이제는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떠나는 것 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농장을 경험했던 사람은 나와 현석이뿐이었는데 우리 둘의 생각은 2월달에는 퀸즐랜드쪽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빅토리아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던 것이다. 정말 웃겼던 것은 기껏 아래 지방에서 위쪽으로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떠나기 전 날, 다시 한번 서퍼스 파라다이스를 찾았다. 거친 파도가 출렁이는 해변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 날 비가 와서인지 무척 춥게 느껴졌다. 원래 이 곳의 파도는 거세긴 했지만 비때문인지 파도가 심하게 몰아쳤다.


물에 들어가서 한참 동안이나 놀았다. 수영을 못해서 애초에 멀리까지 나가지 못하지만 해변과 가까운 곳에서도 높은 파도가 몰려와서 내 몸이 휩쓸리리곤 했다.


날이 점점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동남아의 우기시즌인 마냥 골드코스트의 날씨는 정말 변덕스러웠다. 적당히 놀았겠다 비도 오겠다 싶어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좋은 징조일까?


4명이 가지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도 고작해야 2~300불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나는 호주에서 정해지지 않는 일자리 찾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대강 알고 있었지만 아직 경험이 없었던 동생들은 그리 크게 실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 다시 시작된 대책없는 여정은 그냥 '빅토리아 방향'이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