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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배틀로 지역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농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얼른 달려가 각 종 서류를 작성하는 것으로 농장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원칙적으로 일을 하려면 세금신고서를 꼭 작성해야 했는데 이런 것들 외에도 농장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정보를 작성하다보니 시간은 훌쩍 갔다. 그리고 보스였던 수는 우리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해보고 기본적인 영어는 된다는 판단하에 'not too bad'라고 적어놨다.

첫 날 일을 끝내고 곧바로 배틀로 캐러반 파크에 가서 한국인에게 텐트를 구입했다. 무려 8인용짜리 텐트였는데 중고로 100불에 구입을 했다. 솔직히 좀 비싸다고 생각되긴 했지만 당장 잘 곳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


다시 농장으로 돌아와 우리의 캐러반 옆에다가 텐트를 치기 시작했는데 기둥 하나가 부서진 지고, 설명서도 없어서 꽤 애를 먹고 있었다. 그 때 옆에 우리와 똑같은 텐트가 쳐있었던 것을 보고 그 곳에 있는 뉴질랜드 친구들에게 좀 도와달라고 했다. 덕분에 1시간이 넘게 끙끙대고 있었던 우리는 쉽게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세인트조지에서도 텐트 생활을 3주가량 했었는데 다시 여기서 텐트생활을 하게될 줄이야. 배틀로에서는 약 3달가량 텐트생활을 했었다.


텐트치고 난 후 우리만의 조촐한 회식을 했다. 맥주 한 박스와 함께 먹은 삼겹살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돈의 거의 없었지만 일자리를 구했기 때문에 먹을 수 있었던 저녁이었다.


삼겹살 냄새에 달려온 맥스는 정말이지 먹을거에 환장했던 개였다. 참 귀엽긴 했는데 사람은 쳐다도 안 보고 오로지 먹을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우리가 이 농장에서 생활하는 동안 고기 구울 때마다 항상 어디선가 나타나곤 했다.

다음 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찍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텐트 아래쪽에서부터 추위가 기어 올라왔다. 우리가 일을 시작했던 때는 2월 중순부터였는데 호주에는 가을이 접어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산 꼭대기에 농장이 자리잡고 있어 밤에는 상당히 추웠다. 낮에는 반팔을 입어야할 정도로 땀이 삐질삐질 나왔는데 밤이 되니 얼어죽을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옷을 전부 입고 여름 침낭에 쏙 들어갔지만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새벽 2시쯤 되었을까? 누군가 '추워 죽을거 같다' 며 텐트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차의 시동음과 함께 '부릉 부릉~'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한 15분정도 부들 부들 떨다가 텐트 밖으로 뛰쳐나갔다. 텐트까지 쳐놓고서 우리는 차에서 히터 켜고 잤다. 그렇게 3일정도 더 텐트에서 자다가 새벽에 나와 차에서 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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