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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공항에 도착했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시기가 다가와서인지 비가 약해졌다. 올랑고에서 나올 때는 우리를 잡아먹을 듯이 비가 쏟아지더니 이제 가려고 하니까 빗줄기가 약해지다니 이상하기만 했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는 무척이나 후덥지근한 날씨와 낯선 환경에 설레였지만 돌아가는 순간만큼은 너무나 아쉽기만 했다. 여기가 우리집 같은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걸까?



막탄세부 공항에 들어갔다.



올 때보다 우리의 짐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몸과 마음은 훨씬 무겁기만 했다. 세부공항으로 들어가기가 싫어질 정도였다.

아직 비행기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왜 이리 신났는지 티나와 멀빌, 코리나와 계속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사진을 찍었다.


먼저 우리모두 함께 단체사진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 선물로 멀빌과 코리나와 티나에게 한장씩 선물로 주었다. 비록 우리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될지라도 사진을 보며 기억해달라고 말이다.



이렇게 사진을 계속해서 찍었다. 밤새도록 썼던 롤링페이퍼는 이렇게 젖어버리기도 했다.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중요했던 것인데 가방 안에 있었어도 비가 워낙 많이 와서 다 젖어 버린 것이다. 슬퍼하는 우리 팀원들...




티나는 나에게 집에 가게 되면 엄마가 내 발상태 때문에 뭐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화를 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는데 그만큼 나를 걱정해주었다. 내가 티나를 엄마라고 부른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진짜 엄마와 같이 너무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나는 티나에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올랑고 아이들을 못 보고 와서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티나는 올랑고에 다시 오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티나는 올랑고에 다시 안 올 생각이냐고 얘기하길래 나는 꼭 다시 오겠다고 대답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조만간 올랑고에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티나는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꼭 오라고 나를 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티나는 내 핸드폰 2개정도의 크기인 노키아 핸드폰을 꺼내 우리 팀원들과 함께 사진을 일일이 다 찍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올랑고를 떠나 올 때보다는 슬픔이 많이 가라앉았지만 이들과 헤어진다는게 너무나 슬펐다. 우리는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계속 부둥켜 안고 조금이라도 더 대화나누려고 했다. 코리나는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야한다고 짐을 챙기고 일어났지만 10분이 넘게 계속 헤어짐을 미루고 있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계속해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안으로 들어오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머리속이 텅빈 느낌이었다.



또 다시 지루한 대기시간이 계속되었고 새벽 1시 10분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편 항공기에 올라탔다.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이륙하는 동시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긴장의 끈이 풀려서인지 우리 모두 하나같이 이륙할 때 전부 잠이 들어버렸다.


다시 온다고 약속은 했지만 후덥지근한  날씨도 그리울테고, 올랑고에서 함께 뛰어놀았던 아이들은 볼 수 없어 그리울 것이다. 아침을 함께 했던 올랑고빵과 따뜻한 코코아, 비누맛이었던 코코넛, 미지근한 콜라, 그나마 과일 같았던 망고도 이젠 전부 그리울 것 같다.
꿈같았던 12일간의 일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