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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수도는 시드니도 아니고, 멜번도 아니고, 그렇다고 케언즈는 더더욱 아니다. 인구도 고작해야 30만정도 밖에 되지 않는 캔버라가 바로 호주의 수도인데 이는 시드니나 멜번에 비하면 1/10 수준이다. 시드니와 멜번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도시가 수도라니 나 역시 호주에 갈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었다.

호주는 영국으로부터 정치적인 독립을 한 후 각 주를 통합해서 하나의 연방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연방을 상징하는 한 나라의 수도를 정해야 하는데 호주 최대의 도시인 시드니와 멜번이 어느 한 곳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지속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 중간 지점에 새로운 수도를 건립하기로 했고, 수도가 건립되는 동안에는 멜번이 임시 수도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캔버라는 세계 최대의 계획도시이자 당당히 호주의 수도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호주의 수도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캔버라로 가는 직항 노선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점차 발전해 나가면서 정치와 외교의 중심지로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는 벌리 그리핀 호수로 넘어왔다. 책에서 본 바에 따르면 매일 두 차례 거대한 분수에서 물기둥이 솟구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분수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캡틴 쿡' 기념분수는 조용하기만 했다.

저 분수는 호주 대륙에 상륙해서 영국땅을 선언했던 쿡 선장의 이름을 따왔다.


벌리 그리핀 호수는 캔버라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서 도시의 경관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물은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호수 주변으로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같았다.


도시 중앙에 위치한 이 호수는 캔버라를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벌리 그리핀 호수라고 부르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 교수는 캔버라를 한 번도 방문하지도 않고 도시를 설계했다고 한다.


캔버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려면 내셔널 캐피털 엑시비선(National Capital Exhibition)을 방문하면 알 수 있다. 벌리 그리핀 호수에서 언덕 위로 올라가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곳은 말 그대로 캔버라가 어떻게 계획되었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전시관이었다.

전시관에 들어가니 친절하게도 한국어로된 안내서를 줬다. 사실 전시관 자체는 그리 크지는 않아서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부족한 내용을 한국어로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점은 무척 좋았다.


아마 캔버라가 완성되기 전에 그려진 그림들인 것 같았는데 무척 흥미롭게 봤다. 현재 캔버라처럼 벌리 그리핀 호수를 두고 양 옆에 도시가 형성된 모습은 같았지만 실제보다 더 멋져보였다.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도에 실제로 저렇게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현재 캔버라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형도였다. 캔버라는 분명 수도치고는 작은 도시였지만 하루 종일 돌아다녀보니 생각만큼 쬐그만하지도 않았다. 도시의 규모도 적당했고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인만큼 도로나 국회의사당같은 곳들이 너무나 조화롭게 형성되어있었다. 작다고 만만히 볼 정도의 도시는 아니었던 거다.


전시관 밖으로는 벌리 그리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Which location should be the new Capital of Australia?' 이 물음은 과거 호주가 수도를 정하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대강 내용을 보면 시드니와 멜번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 가까워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각 마을의 특징들과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나쁜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우리가 매주 가던 튜뭇(Tumut)도 있었다. 오렌지(Orange)도 보이는게 반갑기도 했다. 10개가 넘는 곳이 수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것 같다.

캔버라가 호주 수도로 정해진 시기는 1913년, 그리고 도시로서 완성된 시기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였다고 한다. 한 나라의 수도치고는 역사가 짧기는 하지만 원래 호주라는 나라 자체의 역사가 길게보면 200년 짧게 보면 100년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캔버라가 상징하는 바는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캔버라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계획도시일 뿐만 아니라 작지만 정치와 외교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딴 소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요즘 세종시로 떠들썩한데 항상 들리는 소리가 50만 자족도시이다. 그런데 캔버라는 만들어진지 한참이 지났지만 겨우 30만일 뿐이다. 물론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적은 호주라서 그런 것도 감안해야 겠지만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정책의 근시안적 사고를 벗어야 한다고 생각한다.